금융시장이 요동을 친 13일 오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증시가 10% 안팎 대폭락한 영향으로 코스피가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는 등 국내 금융·외환시장도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코스피는 13일 오전 10시40분께 8% 이상 떨어졌다가 소폭 회복해 11시25분 현재 전날보다 7%가량 떨어진 1690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19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이날 개장 초반 1800선, 그리고 다시 1700선까지 순식간에 무너진 것이다. 코스닥은 이날 오전 11시25분께 12%가량 떨어진 490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날 오전 모두 8% 이상 하락하는 시점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전날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발동되는 것으로, 이후 20분간 매매거래가 중단된다. 코스닥은 9시4분께, 코스피는 10시44분께 발동됐다. 코스피에 서킷브레이터가 발동된 것은 미국 9·11 사태 직후인 2001년 9월12일 이후 처음이며, 코스닥은 201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외환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11시15분 현재 전날보다 17원가량 오른 달러당 1,224원에 형성됐다. 장중 기록으로는 2016년 3월 3일(1,227.0원) 이후 4년 만에 최고다.
채권 금리도 급등(채권값 급락)했다. 이날 오전 10시 15분 현재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0.7bp(1bp=0.01%포인트) 상승한 연 1.157%를 기록했다. 주식, 채권, 원화 가치가 일제히 하락하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통화당국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13일 오전 기자들의 임시 금통위 개최 여부를 묻는 질의에 공지를 통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필요성에 대해 현재 금통위원들 간에 협의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어제도 금통위 본회의가 끝난 후 금통위원들이 협의회를 갖고 임시 금통위 개최 필요성을 포함, 한국은행의 정책방향에 대해 협의한 바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임시 금통위 개최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경우 이를 공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은은 추가 공지를 통해 “임시 금통위 여부 논의와 관련, 현재 금통위원들 간에 협의가 진행중이라는 의미는 현 시각 협의회가 열리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제 협의회를 시작으로 논의 중에 있다는 의미”라며 “개최 여부의 최종 결정 시점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도 이날 아침 은성수 위원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에 필요한 정책을 점검했다. 금융위는 이미 시장 상황에 따라 컨틴전시플랜 마련해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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