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도 글로벌 주식시장이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뿐 아니라 우리 주가도 지난 5개월 동안 17% 이상 오르고 있다. 올해 초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격화되며 잠시 변동성이 커졌지만 양쪽 모두 사태 확산을 경계하는 결정을 내렸고, 이후 주가는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주식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좋다. 무엇보다 바닥권에 머물던 경기가 돌아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협상이 1단계 합의에 도달한 점도 주가에는 긍정적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작년 내내 큰 폭으로 줄었던 우리 수출이 올해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과 경제에 긍정적이다. 작년에 줄곧 우리 주식을 팔아왔던 외국인들이 올해 들어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업황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 중국과의 관계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점, 우리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 것이란 점도 좋은 소식이다. 반도체 기업 주가는 이미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중국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화장품 업체에도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소재·부품·장비업종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하지만 올해 전체를 놓고 보면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무엇보다 미국 주가가 신기술 기업들을 중심으로 단기에 너무 큰 폭으로, 빠르게 올랐다는 점이 부담이다. 아마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0배를 넘어섰고, 넷플릭스도 100배가 넘었다. 나스닥지수는 이러한 기술주들의 가격 상승을 바탕으로 지난 5개월간 20%나 올랐다. 언제 가격 조정이 나타나도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미국 주가가 크게 출렁거리면 우리 주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좀 더 길게는 1단계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도 앞으로 추가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1단계에서 다뤘던 무역 불균형이나 중국 금융시장 개방 문제는 그나마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었지만, 앞으로 본격적으로 다뤄질 화웨이 제재, 국유기업 보조금 문제는 미래 성장 산업의 주도권과 관련이 있어 중국의 양보가 쉽지 않을 것이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경제와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만약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 트럼프 대통령의 친기업적 정책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것이다. 내렸던 법인세율을 제자리로 돌리거나 구글·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에 반독점 이슈를 제기할 경우 지난 몇 년간 큰 폭으로 오른 신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 반면 재선 가능성이 커지는 경우에도 새 임기 중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
2018년 초 이후 2년 가까이 정체되던 우리 주가의 상승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고 주변 여건을 살필 필요가 있다.
SK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