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로 상장폐지의 갈림길에 놓인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전후 행보를 보면 한 해 앞서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닮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제약 기업의 특성상 사업 초기에 적자 지속이 불가피한데도 두 기업은 계열사를 활용해 일회성 이익을 낸 뒤 상장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한국거래소가 상장규정을 개정한 점도 닮은꼴이다.
티슈진은 1999년 설립 이후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상장 전해인 2016년에 실적이 크게 호전됐다. 2015년 27만달러에 불과하던 매출이 1146만달러로 40배 넘게 급증했고 순이익도 552만달러 적자에서 630만달러 흑자로 급반전됐다. 모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이 그해 11월 인보사 기술수출로 일본 미츠비시타나베 제약에 받은 계약금의 절반(1100만달러)이 들어온 덕분이다. 이를 발판으로 티슈진은 코스닥 상장심사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 계약은 티슈진이 상장한 지 한달 여만에 파기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보류 서신’(CHL)을 전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본 제약사가 계약금 반환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티슈진 실적은 ‘정상적인’ 적자로 돌아왔다. 상장 첫해인 2017년 1754만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이후 적자폭은 더 커졌다. 상장 승인의 근거가 됐던 2016년도 흑자마저 비용으로 잡지 않았던 연구개발비의 회계처리를 수정해 지금은 적자로 뒤바뀐 상황이다. 티슈진은 또 심사승인 한달 전 실적을 보완하기 위해 관계사인 코오롱웰케어로부터 화장품과 복합유통(의약품) 사업부문을 넘겨받았다. 당시 바이오 사업 매출이 1700만원에 불과해 이 두 사업부의 매출이 99.4%에 달했다. 사실상 화장품·의약품 판매회사였던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2011년 설립 이후 적자가 지속됐다. 그런데 2015년에 1조9050억원의 깜짝 순이익을 내 이듬해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변경하고 그 지분가치를 재평가해 4조5천억원의 회계상 이익을 잡은 덕분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내린 바 있다. 삼성바이오도 상장 첫해인 2016년에 1768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에 본사들 둔 티슈진은 애초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2016년 들어 코스닥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코스닥시장본부는 그해 6월 외국기업의 진입요건을 개선하는 내용으로 상장규정을 개정한다고 발표한다. 이익을 못내도 일정수준의 시가총액과 성장성을 갖춘 외국기업도 이듬해부터 상장이 가능하도록 했다.
삼성바이오의 경우 자회사인 바이오에피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킬 것이라는 소식이 2015년 6월에 보도됐다. 그러자 거래소는 그해 9월 상장규정 개정 방침을 밝히고 이익이나 매출이 부족해도 시총(6천억원)과 자본(2천억원) 요건만 갖추면 상장할 수 있게 했다. 거래소는 당시 삼성바이오 쪽에서 요청한 게 아니라, 좋은 투자기회를 나스닥에 뺏기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상장유치에 나선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티슈진은 지난 5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말 상장실질심사에서 상장유지 결정이 내려진 삼성바이오의 길을 뒤따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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