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옥. 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위법하다고 결론을 내릴 때 증선위원 전원이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가 23일, 최근 공개된 당시 증선위 의사록을 확인한 결과, 김용범 증선위원장(금융위 부위원장)을 제외한 증선위원 4명 모두 삼성바이오가 2015년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4조5천억원의 회계상 이익을 얻은 것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입장을 밝혔다. 증선위는 위원장 포함 2명의 정부위원과 3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 손영채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위원장이 특별히 의견을 밝히지 않을 경우 위원 만장일치로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위원장은 개인 의견은 밝히지 않고 회의 진행만 한 것으로 의사록에 나와 있다.
한 증선위원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에 의도적으로 삼성에피스 가치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삼성에피스) 콜옵션 평가를 2014년이라든가 그 이전까지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정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막은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이것 자체가 결국 2015년에 공정가치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의도적으로 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은 참여연대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문제를 살펴보면서,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회사 삼성바이오가 동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사록을 보면, 금융당국 역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핵심은 2015년 삼성의 계열사 재편과 연결되어 있다고 인식한 셈이다.
또 다른 증선위원은 “2015년 지분법으로 변하는 과정이 어떻게 보면 회사나 감사인들이 얘기한 것처럼 잘못된 것을 수정한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수정에 그치지 않았다”며 “그 이전에 지분법으로 가거나 아니면 옵션부채를 인식하지 않기 위해서 여러가지 논의를 했다는 것이 (내부 문건을 통해 밝혀져) 이제는 내부 문건이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분식회계의 결정적 증거가 된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이 부서 내부 참고자료였다는 회사 쪽 설명과 달리, 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보고됐다는 사실도 의사록에서 확인됐다. 증선위에 출석한 삼성바이오 쪽 인사는 “일반적으로 이 문서는 시에프오까지 실제로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이해를 하겠다”는 한 증선위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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