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선이 강하냐 아니냐를 판단하려면?
하락 압력을 얼마나 잘 버텨내는지 그리고 주가가 해당 지수 밑으로 떨어진 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지를 보면 된다. 지지선의 역할은 단순히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랜 시간 하락을 방어하다 보면 해당 지수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뒤집는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외환위기 1년 뒤인 1998년에 있었던 일이다. 러시아가 돈이 없어 국가 부도를 선언했다. 그 여파로 미국에서 세계 최대 헤지 펀드 회사가 망해 버렸다. 외환위기로 해외시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우리 시장 입장에서는 커다란 악재 두 개가 동시에 터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300 부근에 있는 코스피가 200 아래로 내려갈 거라 전망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300을 바닥으로 상승에 나서 단숨에 1000을 회복했다. 지지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 사례였다.
코스피 2000의 지지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과거 2000은 지지선은 고사하고 마디 숫자로서 역할도 하지 못했던 곳이다. 2007년에 주가가 처음 2000을 넘은 후 14번이나 이 선을 오르락내리락했고 소소한 경우까지 따지면 그 횟수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허술한 선이었다.
그랬던 2000이 최근에 다른 모습을 보인다. 작년 10월에 주가가 잠시 2000선 밑으로 내려갔지만 빠르게 회복됐다. 그리고 연말까지 두 달 동안 미국 시장이 13% 넘게 하락하는 동안에도 이 선이 뚫리지 않았다. 지난주에 다시 2000이 무너졌지만 하루 만에 회복됐다. 애플 실적 둔화 우려로 미국 시장이 3% 가까이 하락하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제 우리 시장이 어지간한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지지력을 갖게 된 것 같다.
상황이 이렇게 바뀐 건 기업실적 때문이다. 2007년 처음 2000을 넘을 때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70조원 정도였다. 지금은 200조원을 넘는다. 과거에는 주가가 이익보다 월등히 높아 2000 위에서 오래 머물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익이 높은 주가를 감당할 수 있을 상태가 된 것이다.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다. 지난 두 달간 2000이 뚫릴 수 있는 상황들이 성공적으로 극복됐다. 선진국 주가 하락, 국내외 경기 둔화, 금리 인상 등 쉽지 않은 과제들이었다. 2000이 지지선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시장은 다른 형태로 변할 수 있다. 추가로 내려갈 공간은 없는 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은 넓게 열리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기업 이익도 줄어들 거로 전망돼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반등 가능성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지지선 확보가 주가 흐름을 하락에서 횡보로 만드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종우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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