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금융감독원에 통합삼성물산의 2015년 회계처리에 대한 특별감리요청을 했다. 통합삼성물산의 2015년 회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단단히 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앞서 결정된 자회사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동기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2일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주식의 가치평가 적정성 △합병회계처리에서 염가매수차익 은폐 의혹 △콜옵션 부채 (고의) 누락 가능성 문제 등과 같은 구체적인 분식 혐의점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금감원에 특별감리요청서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7년 2월 삼성물산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특별감리요청을 했고, 금감원의 조사를 거쳐 올해 11월 증권선물위원회는 최종적으로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참여연대는 특별감리가 필요한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첫째 삼성바이오의 내부문건을 보면, 삼성물산 태스크포스(TF)가 ‘합병비율의 적정성’ 확보 또는 ‘합병시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삼성바이오 재경팀 및 안진회계법인과 긴밀한 협의 끝에 의도적으로 삼성바이오의 공정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정한 정황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참여연대는 제일모직이 옛 삼성물산을 싸게 사들였다는 흔적인 ‘염가매수차익’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통합삼성물산이 회계기준 변경 등 작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A 회사가 주식을 주고 B회사를 합병할때 A회사 주식과 B회사 자산과 부채를 공정가치로 계산하는데 비싸게 사면 차액을 영업권(무형자산)으로 표시하고, 싸게 사면 염가매수차익으로 표시한다. 즉 회계적으로는 어느 회사가 합병을 통해 이익을 봤는지 흔적이 남는다.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는 이 흔적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통합삼성물산의 보고서를 보면 염가매수차익이 2015년 9월 2조7100억원, 2015년 12월 1조9700억원이었는데, 삼성바이오의 영업권을 2조6800억원, 1조8900억원으로 각각 계산해 상계하는 방식으로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는 “이렇게 계산한 결과 2015년 통합삼성물산의 손익계산서에서 염가매수차익은 사라지고, 신성장동력으로 꼽힌 삼성에피스의 지분가치 3조원만 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즉 당시 삼성물산이 싼 값에 합병됐다는 근거를 지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셋째, 삼성물산의 2015년 3분기 보고서를 보면, 삼성바이오의 합작사 바이오젠의 삼성에피스 콜옵션(부채)이 누락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참여연대는 이것이 부당한 목적이 있는지 감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삼성물산 회계처리는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결과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실제로 회계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긴밀하게 협의한 통합 삼성물산의 회계처리가 정상적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밝혔다.
통합삼성물산 분식회계 의혹 조사는 앞서 2017년 1월 경제개혁연대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위원회가 검찰 수사를 핑계로 삼성물산의 주가조작혐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으며, 물산-모직 합병과 관련해 제기되는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오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은 삼성물산 감리가 필요하다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현 시점에서 감리 착수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삼성물산이 공정가치를 부풀린 무엇인가 나온다면 감리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고의 분식회계 결정 뒤 주식거래가 정지된 삼성바이오에 대해선 “거래소가 (삼성바이오에 대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고 거래소에 시장 불확실성이 오래 가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이날 “삼성바이오 상장폐지 여부를 실질심사할 기업심사위원회에 아직은 회부하지 않은 상태”라며 “지난 14일 증권선물위원회 결정 이후 삼성바이오 쪽이 거래소에 제출한 자료와 입장 등을 내부적으로 계속 검토하며 따져보고 있다. 조만간 기업심사위 회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완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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