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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단독] 삼성물산이 꾸린 TF ‘삼바 회계분식’ 주도했다

등록 2018-11-19 07:57수정 2018-11-19 09:05

삼바 재경팀 문건 추가 분석
삼바·4대 회계법인과 함께 회의
제일모직 합병비율 합리화 논의
콜옵션 상쇄 ‘할인율 조정’도 추진
지난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이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TF·티에프)를 꾸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재경팀과 긴밀하게 회계처리 방안을 논의하면서 사실상 분식회계 과정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은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의 출발점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다.

18일 <한겨레>가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작성한 내부문건을 분석한 결과, ‘삼성물산 티에프’는 2015년 8월5일 삼성바이오 본사가 있는 인천 송도를 직접 방문해 ‘(삼성물산) 합병 시 바이오로직스의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안진회계법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는 ‘(삼성물산의) 자체 평가액(3조원)과 시장 평가액(8조원) 괴리’에 따라 나타날 ‘합병 비율의 적정성, 주가 하락 등 시장 영향의 예방을 위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돼 있다.

삼성물산 티에프는 일주일 뒤인 8월12일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콜옵션 부채’ 문제를 집중적으로 삼성바이오 쪽과 협의했다. 에피스의 콜옵션 부채 처리 문제는,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의 회계기준 변경을 ‘고의 분식’으로 판단한 결정적 쟁점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물산 티에프와 삼성바이오는 구체적인 분식회계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내부문건에는 ‘(콜)옵션 효과(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하락) 반영(90%→50%)에 따른 (보유)주식가치 하락 효과를 할인율 조정으로 상쇄하여 3.3조원으로 평가 산정 예정’이라고 돼 있는데, 이는 콜옵션 부채를 공개하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 가치도 함께 줄게 되니 할인율을 조정해 상쇄하는 방식으로 3조3천억원으로 임의로 짜맞추겠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 기업가치를 6조6천억원으로 맞춘 뒤 삼성물산이 가진 지분(51.2%)을 곱하면 3조3천억원이 나오는 방식이다. 할인율은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표를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쓰는 비율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 산정 때 할인율은 어떤 목적을 위해 정하는 게 아니라 독립적으로 계산되어야 한다.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할인율을 바꾼 것은 훨씬 더 큰 분식회계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 삼성물산이 할인율을 어떻게 적용했는지는 감리 등을 통해 들여다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문건.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2015년 8월12일에 작성해 초기 분식회계 모의 혐의가 담겼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문건.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2015년 8월12일에 작성해 초기 분식회계 모의 혐의가 담겼다.
이후에도 물산 티에프와 삼성바이오는 10월 한달 동안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4대 회계법인과 논의를 거쳐 기말 재무제표 결산을 앞둔 11월10일 ‘콜옵션 평가 이슈’에 대한 세 가지 대응방안을 그룹 미래전략실에 보고했고, 일주일 뒤인 18일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최종안을 채택했다.

금감원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회계처리기준 위반 혐의가 고의 또는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경우’, ‘회사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관한 제보가 접수되거나 중앙행정기관이 재무제표 감리를 의뢰한 경우’에 금감원은 감리에 들어갈 수 있다. 증선위 결정 뒤 금융위 내부에는 이런 규정을 적용하는 대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삼성물산 회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보고 삼성물산 감리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도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 내부문서에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 사업가치를 6조9천억원으로 평가하여 장부 반영’했다는 표현이 나오는 만큼 금감원은 즉시 삼성물산에 대한 감리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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