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 고의 (분식회계) 판단은 개별회사 수준의 충격에 불과하나, 고의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은 자본시장 및 회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최대의 악수가 되어 두고두고 문제의 소지가 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을 맡고 있는 이한상 고려대 교수(경영학)가 14일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변경에 대해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결론을 내리자, 삼성바이오 감리에 참여했던 소회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한상 교수는 “개인적으로 이 사건 케이스 분석을 위해 320시간 이상 리서치를 했고, 감리위원회 3번 하면서 한번에 10시간 이상씩 회의하느라 진이 빠졌었는데 결국 오늘 마무리가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며 “지난 5월31일 증선위에 제출한 24쪽 짜리 의견서 가운데 마지막 결론 페이지만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너무나 명명 백백한 고의에 의한 분식회계”라며 “이건은 회사와 회계법인이 유착해 상장을 앞두고 모든 무리수를 동원하여 회사의 순자산과 이익을 부풀린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그의 의견서는 감리위원회와 회계업계를 향했다.
“감리위원회가 국제회계기준(IFRS)는 재량에 따른 회계처리이니 존중해달라는 회사와 감사인의 궤변에 설득당해 2015년의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가 아닌 중과실 이하의 지적을 한다면, 그것은 마치 방안에 코끼리가 있는데 없는 듯 행동하는 것이며,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우기는 무리들의 말에 동조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특히 이번 1차 및 2차 감리위원회를 관찰하면서 회사 경영진의 회계에 대한 태도도 문제지만, 관련된 회계법인들의 일탈행위 및 비윤리적 행위도 커다란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회사와 회계법인에 엄중한 조치를 취하여 자본시장에 제3자와의 거래없이 검증되지 않는 수준의 공정가치를 이용해 회계변경으로만 순이익과 순자산을 늘리는 행태는 절대 용인될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미국과 한국에서 연결재무제표를 포함하는 고급회계를 10년 넘게 가르쳐온 회계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인간은 좋은 소식은 성급하게 알리고 나쁜 소식은 감추려고 하는 본성이 있는데 하물며 감정이 없는 법인 조직은 더욱 그러하다. 회계는 정반대로 좋은 소식은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나쁜 소식은 즉시 인식하라고 명령해 인간 본성의 허물을 교정하는 장치”라고 글을 남겼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 경제가 잘되려면 자본시장이 잘 작동해야 하고, 자본시장이 잘 되려면 그 근간인 계약 그리고 그 근원 정보인 회계가 바르고 정확해야 한다고 주장할 뿐”이라며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서며, 올바른 결정은 바른 회계정보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글을 맺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