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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단독] 삼성, ‘삼성바이오 가치 5조 뻥튀기’ 이미 알고 있었다

등록 2018-11-07 04:59수정 2018-11-14 17:50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삼바 재경팀 자체 평가는 3조
회계법인이 8조 넘도록 부풀려

“과대평가 알고도 국민연금에 제출”
고의 분식회계 입증할 새 증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재감리 안건 논의가 열린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 관련 자료가 수북이 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재감리 안건 논의가 열린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 관련 자료가 수북이 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삼성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가치가 회계법인 평가를 통해 5조원 이상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알고도, 과대평가된 기업가치를 국민연금에 그대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삼성바이오가 증권선물위원회의 재심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고의성’을 입증할 만한 또 다른 증거가 나온 것이다. 삼성바이오의 부풀려진 가치는 모회사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높여, 제일모직의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가 삼성물산 주주보다 유리한 합병비율을 적용받아 합병이 이뤄지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당시 삼성이 알고도 다른 투자자를 속였다면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소송을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삼성바이오 내부문건을 검토한 결과, 물산과 모직 합병 때 삼정과 안진회계법인이 제시한 삼성바이오 가치평가액 8조원대가 엉터리 뻥튀기였음을 삼성이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2015년 8월5일 작성한 것으로, 주주사인 삼성물산 태스크포스(TF)가 삼성바이오의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삼성바이오 본사에서 안진회계법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는 자신의 가치를 3조원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를 보면 “자체 평가액(3조원)과 시장평가액(평균 8조원 이상)의 괴리에 따른 시장 영향(합병비율의 적정성, 주가하락 등)의 발생 예방을 위한 세부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앞서 삼성이 회계법인에 의뢰해 국민연금에 제출한 가치평가 보고서는 이와 달랐다. 국민연금이 2015년 7월10일에 낸 ‘제일모직-삼성물산 적정가치 산출 보고서’를 보면, 안진은 삼성바이오 가치를 8조9360억원으로, 삼정은 8조5640억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가치는 제일모직의 영업가치(5조원)보다 높게 평가받았다. 또 제일모직이 보유한 부동산(안진 1조8570억원, 삼정 9460억원으로 산정) 가치보다 더 큰 몫을 차지했다. 당시 삼성바이오의 매출이 1조원에 미치지 못했고, 영업이익 또한 적자였음을 고려한다면 삼성바이오 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뿐 아니라 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반영하면 삼성바이오의 평가가치는 큰 폭으로 떨어진다. 참여연대는 콜옵션을 부채로 반영할 경우 삼성바이오 가치는 3조1320억원이라고 계산했다. 애초 삼성이 자체 평가액으로 제시한 3조원에 가까운 수치다. 지난 7월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 콜옵션을 2012~13년 공시에서 누락한 것은 고의성이 있다며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끝난 뒤인 2016년 4월(2015년 감사보고서)에야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회계에 반영했다.

삼성바이오 회계 문제에 정통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문건을 보면 삼성의 설명과 달리, 삼성바이오 회계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이 있다는 심증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삼성이 회계법인 보고서에 나온 수치가 자체 평가액보다 터무니없이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민연금에 제출한 것은 사기다”라며 “제대로 평가한 결과를 냈다면 국민연금은 절대 합병에 찬성할 수 없었을 것이고 합병은 무산되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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