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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단독] ‘이재용 지분’ 가치 높이려 삼성바이오 활용…내부문건 나왔다

등록 2018-11-02 04:59수정 2018-11-14 17:49

삼성바이오 기존 해명과 정면 배치
“제일모직 주가 적정성 확보 위해
삼바 가치 6조9000억 장부 반영“

자본잠식 등 경영 위협 피하려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 변경’ 드러나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자본잠식 등 경영상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한 사실이 내부 문건을 통해 드러났다. 또 회계처리 기준 변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신약 개발에 따른 ‘가치 상승’으로 인해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야했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는 무관하다는 삼성바이오의 기존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 31일 정례회의를 열어 분식회계의 고의성 여부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내부 문건을 확인하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이달 14일 열리는 다음 회의로 결정을 미뤘다.

1일 <한겨레>가 입수한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을 보면,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기준을 변경해 4조8086억원의 회계상의 이익을 얻은 것에 대해 해명한 내용이 당시 내부적으로 검토한 사실과 다르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이 문건은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발표된 뒤 기말결산 직전인 11월까지 작성한 것이다.

■ 자본잠식 피하려 회계기준 변경 삼성바이오는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이유를 이렇게 설명해왔다. “삼성바이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개발 성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행사를 통해 충분한 효익을 얻을 수 있고, 이에 따라 바이오젠의 콜옵션은 실질적인 권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해 (에피스가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됐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에피스의 지분을 50%까지 확보할 가능성이 있어 에피스를 삼성바이오가 지배하는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바꿨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의 내부 문건에는 이런 해명과는 다른 내용이 담겼다. 문건에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 확대로 1조8000억원의 부채 및 평가손실 반영으로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자산보다 부채가 더 큰 상태)을 예상”한다며 “자본잠식 시 기존 차입금 상환 및 신규 차입, 상장 불가” 상황에 처한다고 기록돼 있다. 또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부채가 9000억원 증가하고, 지분을 가진 삼성전자는 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계산했다. 즉 2012~2013년 투자자들에게 공시하지 않았던 콜옵션을 갑자기 드러내자니 회사가 경영상의 위기에 빠지고, 모회사에도 손실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당시는 삼성바이오가 삼성그룹의 신수종 사업으로서 미래 성장동력으로 각광을 받던 때였다.

삼성바이오 회계 문제에 정통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부채만 계상하면 상장이 힘들어진다고 자백하고 있다. 왜 이렇게 무리한 회계처리를 했는지 동기가 명확해진 것으로, 이건 (분식회계) 고의를 시사하는 매우 중요한 증거서류”라고 설명했다.

■ 대주주 일가와 연관성 삼성바이오는 회계처리 기준 변경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합병 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단단해졌다. 삼성바이오는 해명자료를 통해 “삼성물산 합병은 2015년 9월1일에 완료됐고, 삼성바이오의 상장은 2016년 11월에 실시된 것으로 삼성바이오의 상장은 삼성물산 합병과는 연관관계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 내부 문건은 보고서를 쓰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회계법인은 삼성물산 합병 시 바이오 사업가치 평가와 관련하여 바이오젠사의 콜옵션에 대해 부채 및 손실 반영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요구.” 또다른 문건은 “통합 삼성물산은 9월 합병 시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 사업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평가하여 장부에 반영”했다고 적었다.

이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산정된 ‘합병비율’ 논란과 관련된 부분이다. 합병 과정에서 회계법인은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산정했고, 이를 바탕으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도 높게 평가받았다. 삼성바이오는 이익을 내지 못했지만 바이오 산업의 미래 성장성이 가치 평가에 반영됐다. 또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는 “이를 통해 보면 삼성은 앞서 결정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을 장부상으로 문제가 없게 만들어야 했고, 회계법인 등과 상의해 삼성바이오 등 자회사 평가 가치 등을 짜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참여연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와 옛 삼성물산 경영진 등을 배임 및 주가조작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추가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도출하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고평가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렸고, 이를 위해 합병 이전에는 콜옵션 약정을 숨기고, 합병 이후에는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상실을 핑계로 분식회계를 통한 합병비율의 정당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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