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택 금속노조 한국지엠(GM)지부장(맨 왼쪽)이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답변하는 동안, 증인으로 나온 최종 한국지엠 부사장(왼쪽 둘째)이 눈을 감고 있다. 맨 오른쪽은 이동걸 케이디비(KDB)산업은행 회장.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또다시 불거진 ‘지엠(GM) 철수설’로 국정감사장이 달아올랐다. 이는 한국지엠을 연구·개발(R&D)법인과 생산법인으로 쪼개는 안건을 1대주주인 미국 지엠이 2대주주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의 반대에도 ‘나홀로 주총’을 열어 승인한 데 따른 것이다. 혈세 8천여억원을 투입하는 경영정상화 합의 5개월 만에 재연된 이번 사태를 두고, 국회는 산은의 무기력증과 지엠의 일방적 경영행태를 동시에 질타했다. 양대 주주도 주요 쟁점에서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다.
22일 이동걸 산은 회장은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법인분리 추진은) 비토권 대상으로 본다”며 “본안소송에서 다툴 예정이며, 법인 분할이 일단 강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가처분 신청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지난 19일 카허 카젬 사장이 산은을 제쳐둔 채 혼자 주총을 진행해 법인분리 통과를 선언했으며, 이는 철수설에 다시 불을 지폈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최종 한국지엠 부사장은 법인분리는 경영정상화 작업의 일환이며 산은의 비토권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거부권 대상이 아니라고 이해를 하고 있다. (산은이 낸 법인분리 주총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은) 법인분할 자체가 주주가치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선 법인분리와 관련해 산은이 ‘면피성 대응’만 거듭했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일단 산은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법원이 내놓은 판단 취지를 봤을 때 본안소송으로 가도 비토권을 인정받지 못할 공산이 상당한데다, 지난 4월 경영정상화 협상 말미에 미 지엠이 법인분리 의사를 비쳤는데도 아무런 대비를 못 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장 산은이 한국지엠에 투입하기로 한 7억5천만달러(8190억원) 중 아직 집행하지 않은 3억7500만달러(4100억원)를 일정대로 12월에 투입할 것인지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국가적 반대가 있다고 하면 국가 결정에 따를 것이고 (투입) 안 하면 계약은 파기된다”고 답했다. 이는 우리 정부와 국민이 혈세만 대고 미 지엠의 구조조정 전략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거세지만, 계약 파기 사태를 저어하는 산은의 난감한 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 국감에선 산은의 2대주주 권한 행사가 얼마나 제한적인지, 또 지엠이 얼마나 ‘깜깜이 경영’을 지속하는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산은은 법인분리 공식화 뒤 9차례나 자료 요청을 했으나 제대로 된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엠은 4차례 이사회에서 산은 추천 이사를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고 맞받았다.
게다가 법인분리 시 산은의 비토권이나 이사추천권 등 경영견제장치 승계 여부는 물론, 한국지엠의 독자생존 여부와 직결된 연구·개발 기술 소유권과 비용 책임에 관한 비용분담협정(CSA) 재협상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사추천권과 비토권 승계 문제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분리된 두 법인) 모두에 승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를 확정하려면 주주 간 체결된 기본계약서 변경이 불가피한데, 법인분리 이견이 크다 보니 아직 협상이 진행된 게 없다. 또 연간 6천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분담하는 한국지엠이 공동개발 기술에 대해 영구적 무상 사용권과 로열티 수령권을 확보하는 비용분담협정이 올해 말 만료되는데, 앞으로 이 권한과 책임이 어느 법인으로 귀속되는지도 문제다. 이에 대해 최종 부사장은 “(협정 시효) 만료 시점이 올해 말인데, 한국지엠과 미 지엠이 대체협약을 활발히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만 언급했다.
한편 한국지엠 노조가 법인분리와 관련해 파업을 결의하고 쟁의조정신청을 낸 데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추가 교섭을 하라는 행정지도 결정을 내림에 따라 파업 돌입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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