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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부진한 경기지표에…한은, 금리인상 ‘딜레마’

등록 2018-09-27 20:43수정 2018-09-28 09:33

미 연준, 기준금리 0.25%p 올려
내년까지 4차례 추가인상 예고

자본유출 우려·가계부채 급증에
금리 인상 압박 커지지만
고용·성장률 등 경제지표 따지면
섣불리 올릴수 없는 처지
미 ‘12월에 또 인상’ 예고도 부담
한은 연내 한차례 금리인상 무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6일(현지시각) 올해 들어 세번째로 정책금리를 인상해 한-미 간 정책금리 역전 폭이 0.75%포인트로 확대됐다. 우리 정부는 “시장에서 이미 예상됐던 일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지만,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해온 한국은행의 고민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내외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나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보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부진한 고용·투자지표가 이어지는 등 경기둔화 국면으로 인해 금리인상 부담 또한 작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한은이 연내 한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 한-미 금리 차 0.75%p로 미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정책금리를 1.75~2%에서 2~2.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1.5%로 올린 뒤 10개월째 동결 중인 한국과의 격차는 0.75%포인트(상단 금리 기준)까지 벌어졌다. 미 연준은 또 올해 12월 한차례, 내년 세차례 추가 인상도 예고했다. 만약 10월18일과 11월30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연말엔 한-미 간 금리 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질 수도 있는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시장인 미국보다도 금리가 낮으면, 전세계를 넘나드는 투자자본으로서는 한국 시장을 찾을 유인이 떨어진다. 실제 지난 3월 2000년대 들어 세번째로 한-미 금리 역전이 현실화하자, 자본이탈 우려가 컸고 당국도 긴장하며 추이를 지켜봐야 했다. 지난해 3월 이후 이달 13일까지 주식시장에서는 22억달러가 빠져나갔으나, 채권시장에서는 70억달러가 유입되면서 전체적으로는 자본 유입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 등으로 달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환율이 안정적인 모습(원화 강세 예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관한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도 남북관계 개선과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점, 최근 정부가 10억달러 규모 외평채 발행에 성공한 점, 한국의 외국인투자자금 가운데 70% 이상이 중장기 투자자금인 점 등을 들며 “정책금리 역전만으로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6.26 오른 2355.43으로 거래를 마쳤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8원 내린 1112.5원으로 마감됐다.

■ 딜레마에 빠진 한은 하지만 미국과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자본유출 우려는 커진다. 이 총재도 지난 3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미국과 금리 차가) 연내 0.75%포인트에서 최대 1%포인트까지 날 수 있는데, 1%포인트면 상당히 큰 차이”라며 “그 차이를 우리가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일부 신흥국의 금융불안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번지는 조짐이다. 여기에 서울 부동산가격 급등과 1500조원대를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도 금리인상론의 주된 논거로 떠오른 상태다.

반면에 부진한 고용지표가 계속되는 등 경기둔화 국면인데다 내년에는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금리를 높여 시중의 돈줄을 죄면 경기위축으로 이어지고, 성장률이나 고용지표도 더 가라앉을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가 26일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3.1%로 상향조정한 데 견줘 한은은 지난 7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하향조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리를 조정하는 일차적 판단 기준인 물가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금리동결론에 무게를 두게 한다.

서울대 김소영 교수(경제학)는 “한은으로서는 금융안정(가계부채 문제)이나 자본유출 우려를 고려하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고, 경기를 생각하면 금리를 그대로 둬야 하는 딜레마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한은이) 경기(금리동결)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는데, 미국이 계속 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힌 만큼 (동결 기조가) 계속 가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무게 실리는 ‘연내 한차례 인상론’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미국 정책금리 인상은 이미 시장에서 예견된 것” “3주 뒤 다음 금통위 회의 때까지 발표될 지표나 미-중 무역분쟁 등 변수들을 봐가며 판단할 계획” 등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이전에도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불균형 축적 가능성을 감안할 때 완화의 정도를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동결 요인인) 물가 대신 (금리인상 요인인) 금융불균형을 여러차례 얘기한 것을 보면, 연내 한차례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해석했다.

의사록을 통해 확인되는 금통위 내부 분위기도 비슷하다. 7월과 8월 금통위 회의에서 이일형 위원이 잇따라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제기한데다 7월보다 8월 회의 때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매파적(금리인상 선호) 분위기가 강해졌다. 고승범 위원이 지난 7월 출입기자 세미나에서 금융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확실한 비둘기파(금리인하(동결) 선호)가 조동철·신인석 위원 둘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 신동수 연구위원은 “고용 사정이 좋지 않지만 양호한 수출이나 소매판매 흐름 등을 감안하면, 한은이 4분기와 내년 상반기에는 기준금리를 한차례씩 인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김소영 교수도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기에 조금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다가 자본유출이나 가계부채 문제 등 금융위기가 터지기라도 한다면 이는 아주 큰 문제인 만큼 올해 한차례 정도 올리는 게 맞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순혁 김수헌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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