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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주택대출 막히자 ‘임대사업·전세 대출’ 투기 구멍뚫기

등록 2018-09-10 05:00수정 2018-09-10 09:34

부동산대책 긴급점검
② 구멍 뚫린 세제·대출규제

임대사업자는 LTV 규제 없어
시세 대비 80~90% 대출 가능
전세대출도 주택대출보다 높아
추격매수·갭투자자들에게
자금 융통 우회통로로 이용돼
상호금융·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
적극 영업 나서 대출증가율 폭증
당국, 가계부채 후속대책 고심중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서울 투기지역 아파트 구매라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없어서 시세 대비 80~90%까지 임대사업자 대출이 나온다. 은행은 막혔지만, 상호금융은 아직 안 막혔다. 시세 90% 한도까지 받으려면 금리가 연 4.5%인데, 80% 한도면 연 3.4% 선으로 금리도 은행 못지않다. 요즘 이 대출 규제도 강화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잔금날을 10~11월로 잡았던 대출 고객들이 일정을 9월로 당기려고 하는 분위기다.”

서울 영등포에 사무실을 둔 대출중개인 ㅈ씨의 이야기다. 그는 “단위농협과 새마을금고 등이 임대사업자 대출에 영업을 집중하는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며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강화됐지만, 임대사업자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등은 여전히 우회 가계대출의 큰 구멍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자대출과 전세대출 명목으로 융통한 ‘꼬리표 없는 돈’이 주택시장 갭투자 등으로 흘러들어가 집값 재급등의 연료가 된 셈이다. 금융당국은 임대사업자 대출에 엘티브이 규제를 신규 도입하고 여러 우회 대출의 용처 점검을 강화하는 등 후속 대책을 고심 중이다.

9일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전 금융권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은 2016년 12.1%, 2017년 15.5%, 2018년 1분기 16%, 2분기 15.5%로 상승 추세다. 언뜻 완만한 증가율로 보이지만, 가계부채(가계신용) 증가율이 지난해 8.1%였고, 올해 2분기 7.6%라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 속도가 갑절이 빠르다. 게다가 상호금융 등 비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은 그야말로 폭증 추세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으로 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7.6%였던 반면,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은 42.3%(부동산·임대업종 67%)였다. 같은 기간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율(10.1%)에 견줘도 놀라운 수준이다.

이는 주택대출 문턱이 점차 높아지면서 자금 수요자들이 비은행권 임대사업자 대출로 몰려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에서 주택·상가 등 부동산 임대사업자의 대출 비중은 40% 정도이며, 은행권과 비은행권이 각각 75%와 25%의 비중을 나눠 갖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호금융권은 3천만원 한도 비과세 예탁금 특례로 예적금 수신이 꾸준히 늘어나다 보니 가계대출이나 자영업자 대출로 이 돈을 계속 밀어내야 하는 구조”라며 “당국에서 가계대출을 틀어쥐면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 대출로 영업 물꼬를 돌린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60~70대 은퇴세대에선 최근 몇년 사이 임대사업자 등록이 노후소득 보장과 함께 양도세 부담을 줄여 자산 차익을 누리는 투자 경로로 자리잡았다. 실제 윤아무개(여·70·서울 화곡동)씨도 최근 2년 새 소형 신축 아파트 2채와 빌라 2채를 순차적으로 사들여 임대사업자가 됐다. 윤씨는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건강보험료를 매달 30만원 넘게 내고 종합부동산세도 최근 160만원을 냈지만, 월세 수입 310만원이 생겼고 집들도 다 억대로 오른데다 나중에 양도세 감면 혜택도 볼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임대사업자에 대한 양도세 혜택이 확대되면서 이 제도를 활용하려는 다주택 수요자는 더 늘었다. 또 추격 매수에 나서면서 자금 여력이 안 되는 이들도 한도가 높은 임대사업자 대출을 우회로로 활용했다. 대출중개인 ㅇ씨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로는 집을 못 사는 이들에게 지방 새마을금고가 서울로 출장 와서 임대사업자 대출 형태로 한도를 높여 돈을 융통해주는 곳들이 있다”며 “임대주택에 집주인이 나중에 전입을 해도 실사를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세대출 역시 갭투자를 위한 우회 대출 경로가 됐다. 전세대출은 은행권 증가율이 2015년 17.6%, 2016년 25.1%, 2017년 27.9% 올해 1분기 33.4%, 2분기 37.2%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런 돈이 전세가율이 높은 신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갭투자로 흘러들었다는 얘기다. 예컨대 30평대 8억원에 거래되는 서울 투기지역 아파트에서 자기 돈으로 5억원짜리 전세를 산다면, 은행에서 최대 4억원까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같은 단지에서 8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 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내면 엘티브이 규제 40%가 적용돼 대출 한도는 3억2천만원으로 더 적다. 게다가 주담대를 받으면 세 보증금도 많이 받을 수 없어 추가로 자금 여력이 필요하다. 실거주 중인 집의 전세대출을 활용해 4억원을 확보한 뒤 사려는 집에 다시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하는 게 훨씬 손쉬운 방법인 셈이다.

어차피 돈은 꼬리표가 없어서 이런 자금 활용은 차단하기 쉽지 않다. 전세대출은 입주 뒤 3개월 이내에 신청이 가능하고, 3개월 이후로도 생활자금 용도 등으로 전세대출을 받는 게 가능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회 대출 현장점검을 강화한다고 금융당국이 방침을 밝힌 뒤 금감원에서 본점에 점검차 나왔으나 현장 영업점에 새롭게 내려온 가이드라인 등은 없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후속 대책의 큰 뼈대는 임대사업자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의 우회 활용 차단이 될 것”이라며 “임대사업자 대출에 대한 엘티브이 신규 도입 등은 주택시장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다른 부처 소관 대책들과 조율하는 과정에서 적용 대상 범위와 강도 등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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