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은행 등 금융사가 무분별한 가계대출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건전성을 보기 위한 조처다. 그러나 국내에서 각각 2002년, 2005년 도입된 두 지표는 처음부터 부동산 규제 카드로 쓰이면서, 시장과 정권이 변화할 때마다 이를 조였다가 푸는 방식으로 부동산 수요를 조절하는 정책이 됐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월부터 개인의 모든 부채 대비 상환능력을 따지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을 관리지표로 보기에 앞서, 그간 대출 규제의 사각지대로 꼽힌 임대사업자 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가치의 비율인 엘티브이는 도입 초기인 2002년 60%로 시작했다가, 집값이 과열 양상을 띠자 2003년 참여정부 시절 40%까지 강화됐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상환능력을 소득으로 따져 대출한도를 정하는 디티아이도 40%로 깐깐하게 시작했지만, 2012년 50%로 완화된 뒤 2014년 8월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60%까지 완화됐다.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직후인 2014년 8월 전체 금융권, 전체 지역을 대상으로 70%까지 완화됐다. 당시 최 부총리는 “한여름 옷을 겨울에 입으면 감기 걸린다”며 엘티브이와 디티아이 규제를 풀어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19 대책을 시작으로 다시 엘티브이와 디티아이 규제를 강화했다. 8·2 대책에선 서울과 세종 등을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엘티브이와 디티아이의 상한이 40%까지 강화됐다. 그럼에도 ‘서울 집값’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훨씬 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92조2794억원으로, 2년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금융위원회는 기존 대출 규제의 ‘구멍’이었던 임대사업자 대출에도 엘티브이를 도입하고, 전세자금 대출에 다주택자 등을 중심으로 제약을 거는 방식으로 막겠다고 검토 중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회 대출’ 등을 막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대출 규제는 이미 현금이 풍부한 자산가들에게는 먹히지 않는 방법이고, 시장심리를 오히려 불안하게 할 수 있다”며 “대출 규제로 취약계층과 실수요자들이 타격을 받지 않게 당국이 세밀하게 계층별 효과를 검토해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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