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방어선을 만들고 있다. 종합주가지수 2250이 경계선인 것 같다. 이런 변화가 만들어질 때까지 세 부분의 역할이 컸다.
먼저 주가 수준이다. 미-중 간 무역분쟁부터 터키 리라화의 갑작스러운 절하까지 생각지도 않던 악재가 터졌지만 시장이 이를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악재의 영향력이 약해서가 아니다. 재료가 나오기 전에 주가가 먼저 하락해 더 내려갈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바뀌려면 더 큰 악재가 나오거나 투자자들이 낮아진 가격에 적응해 저가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느껴야 하는데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니다.
과거에도 낮은 가격이 주가 하락을 막은 경우가 여럿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8월이 대표적이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터지고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러시아가 국가 부도를 선언했다. 시장을 뒤흔들만한 악재였지만 우리 주가는 300 밑으로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외환위기 와중에 주가가 크게 하락해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 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가격이 낮아진 것만큼 큰 호재는 없다.
미국 주가 상승도 우리 시장의 하락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세계 시가총액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2% 정도다. 이런 규모 때문에 미국을 빼놓고 시장을 얘기하기 힘들다. 유럽 경제가 좋지 않은 데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장이 최고점 부근에 있는 것도 미국 시장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우리 시장은 미국과 흐름을 같이해 왔다. 종합주가지수가 굉장히 높다면 우리와 미국 시장이 다르게 움직일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미국 시장이 우리 주가를 끌어올리지는 못해도 떨어지지 않도록 묶는 역할은 하고 있다.
유동성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미국이 금융정책을 바꾸면서 유동성 수준이 낮아졌지만 절대 규모는 여전히 크다. 금융위기 이후 주가를 움직였던 여러 동력 중 유동성의 역할이 특히 두드러졌다. 시장이 박스권에 머물러 있을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가가 저점에 도달할 때마다 매수가 늘면서 저점에서 빠져나오는 역할을 했다.
전환점에서 주가의 방향을 바꾸는 건 경제지표가 아니다. 투자심리다. 시장이 온통 약세 요인뿐이어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던 투자자도 주가가 하락하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갖는 투자자가 늘어나면 시장의 방향이 바뀐다. 지금은 주가의 방향을 돌리기 위한 예열 기간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장의 방향이 바뀌어도 주가가 크게 상승하기는 힘들다. 6∼7월 하락과정에서 수차례 반등이 좌절됐던 지점인 2400 정도가 고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경기에 대한 논쟁과 투자자들의 자신감 상실을 고려할 때 상승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저점 확인은 새로운 상승의 출발점보다 또다른 박스권의 출발점으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이종우 주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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