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110%대까지 떨어져
삼성생명이 제조업 계열사 지분
30조나 들고 있는 탓
“삼성전자 지분 매각하거나
자본 수십조 더 증자해야”
이달부터는 ‘가이드라인’
당국, 하반기 입법 준비
“최소 2년 경과규정 둘 것”
삼성생명이 제조업 계열사 지분
30조나 들고 있는 탓
“삼성전자 지분 매각하거나
자본 수십조 더 증자해야”
이달부터는 ‘가이드라인’
당국, 하반기 입법 준비
“최소 2년 경과규정 둘 것”
재벌그룹이 저마다 보유한 금융계열사를 하나로 묶어 건전성을 감독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이달부터 시행된다. 우선 모범규준(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감독을 시작한 뒤 올 하반기 관련 법(가칭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이 제정된다. 당국이 잠정적으로 금융그룹별 분석을 해봤더니 삼성그룹이 가장 취약한 자본 구조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계열사들이 제조업 계열사와 두터운 출자 고리를 형성한 점이 자본비율을 크게 떨어뜨렸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이 대규모 증자를 하거나 보유한 제조업 계열사 지분 일부를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일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모범규준을 확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 제도는 은행 이외 금융회사를 둔 금융그룹이 동반부실에 빠지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입되는 새로운 금융 감독 방식이다. 감독 대상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여수신·보험·금융투자 중 2개 이상 권역에 걸쳐 있는 금융그룹)으로, 삼성·한화·현대차·디비(DB·옛 동부)·롯데 등 5개 재벌그룹과 교보·미래에셋 등 2개 금융그룹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금융그룹은 각각 대표회사를 정한 뒤, 이 회사가 그룹 전체의 위험 관리 업무를 맡게 된다. 정부도 금융위를 중심으로 금융그룹 감독협의체를 구성해 매년 금융그룹의 위험 관리 실태와 자본 적정성을 평가한다. 미흡할 경우 개선을 권고하거나 이행강제금 부과 등으로 압박할 수 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금융그룹 내 금융계열사를 한 묶음으로 보아 ‘자본 적정성’을 평가(손실흡수능력 평가)하는 데 있다. 현재는 개별 금융회사별로 자본 규제를 하는 탓에 계열사 간 출자나 용역 거래로 발생하는 ‘동반부실 위험’은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통합감독의 자본 규제는 실제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적격자본’이 위기 시 필요한 최소자본(필요자본)보다 많아야 한다고 규정한다.(적격자본÷필요자본×100≥100) 적격자본은 계열사 간 교차 출자로 만들어진 가상의 자본(중복자본)을 뺀 금융계열사 각각의 자본의 합을 가리킨다. 필요자본은 금융계열사의 투자 포트폴리오의 편중 수준(집중 위험)과 계열사 간 출자나 용역 거래로 형성되는 동반부실위험(전이 위험)을 고려해 별도로 산출된다. 그룹 내 교차 출자가 많거나 특정 계열사와 금융계열사의 출자 고리가 두텁고, 일감몰아주기로 계열사 간 용역 거래가 많을수록 통합감독제에서 정한 자본비율이 떨어진다.
실제 7개 금융그룹의 자본비율을 시뮬레이션(집중 위험 반영은 산식 미확정으로 제외)한 결과를 보면, 이들 모두 모범규준이 정한 합격선(100%)은 넘어섰으나 모범규준 적용 전보다 자본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삼성그룹의 자본비율은 328%에서 221.2%로 떨어졌다. 한화, 교보, 미래에셋, 현대차, 디비, 롯데 등 나머지 금융그룹들도 53.1~156.7%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집중 위험까지 고려하면 이들 그룹의 자본비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은 “집중 위험까지 고려할 경우 삼성그룹에서 가장 큰 폭의 자본비율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등 제조업 계열사 지분을 30조원 남짓 들고 있는 게 집중 위험을 높이는데, 이를 반영하면 삼성그룹의 자본비율은 지켜야 할 마지노선인 100%를 살짝 넘은 110%대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이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각하거나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가 자본을 수십조원 가량 더 적립(증자)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단장은 “당국은 실질 해법은 각 그룹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할 것”이라며 “다만 최소 2년 정도의 경과 규정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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