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이후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 일부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며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 위험이 국내 금융회사에 직접 옮아붙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11일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3월말 현재 국내 금융회사의 전체 대외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2335억8천만 달러로 전체 총자산의 6.7%에 그친다. 위험노출액은 거래상대방의 본점 국적 기준으로 집계되며 외화대출과 외화유가증권투자, 외화지급보증액이 포함된다. 다른 나라의 금융시장 불안으로 국내 금융회사가 떼일 가능성이 있는 자금인 셈이다.
지난해 12월말 대비 국내 금융사의 대외 위험노출액은 80억9천만달러(3.6%) 증가했다. 김진석 금감원 외환감독국 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외 익스포저는 매우 완만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증가분의 대부분은 국내 보험사들의 유럽 국채 투자액과 국내 은행의 동남아시아 국가에 대한 외화대출액이 차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점진적 금리 인상에 따라 대외 신인도가 낮은 탓에 자금이 유출되고 있는 일부 신흥국에 나간 노출액은 미미하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4곳에 대한 국내 금융사의 위험노출액은 132억달러로 전체 위험노출액의 5.6% 수준에 그친다.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포르투갈 등 남유럽 재정 취약국 4곳까지 집계 범위를 넓혀봐도 취약국에 대한 위험노출액은 160억달러가 넘지 않는다. 금감원은 이들 8개국에 대한 국내 금융사의 위험노출액 규모가 총자산의 0.4% 수준이라고 밝혔다. 위험노출액 전부가 떼이더라도 손실 흡수 능력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김진석 팀장은 “대외 신인도가 낮은 취약 국가에 대한 위험노출액 규모는 오랜 기간 동안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다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유관기관과의 협조체제를 강화하는 등 모니터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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