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로 1년 만기 예금하면 연 2.5% 금리를 드립니다.”
최근 에스시(SC)제일은행이 달러로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연 2.5%(세전) 금리를 적용하는 행사를 4월30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물론 이 은행에서 달러예금에 처음 가입하는 고객에 한정한 특판 상품이긴 하다. 하지만 이 은행은 특판이 아니어도 6개월짜리 달러예금에 연 2.0%의 금리를 준다. 상당한 금리 경쟁력이다. 현재 원화예금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상품 금리가 연 1%대 후반 정도다. 연 2%대 초반 금리를 주는 원화 예금상품이 몇몇 있지만, 일부 비대면 상품이거나 네댓가지 이상 복잡한 우대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주요 시중은행에서 1년 만기 달러예금의 기본 고시금리는 대부분 연 2%대를 넘어섰다. 지난 9일 기준으로 우리은행 2.14%, 케이비(KB)국민은행 2.12%, 신한은행 2.08% 수준이다. 다만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은 1.6%로 낮은 편이었다.
최근 달러예금 금리는 원화예금 금리를 앞질러 올라가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기본금리를 주는 원화예금 대표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이 9일 기준 고시 금리가 연 2.06%였다. 같은 날 달러예금 금리는 연 2.12%로 더 높았다. 지난해 연말만 해도 달러예금 금리가 1.74%로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1.88%)보다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금리 역전이 이뤄진 셈이다.
이는 2015년 말 미국이 제로금리 탈피를 시작하면서 달러화에서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모두 빠르게 올라간 결과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선진 경제권이 제로금리나 마이너스 금리 체제로 들어가면서 국내 외화예금은 통상 금리가 없는 예금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젠 통화별로 금리 차이가 크다. 엔화나 유로화 예금은 여전히 제로금리인 반면, 달러예금은 원화예금보다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이 고객한테 달러예금을 유치하면 국외 금융사 예치, 기업들을 상대로 한 달러대출, 외화유가증권 등으로 운용해 고객에게 금리를 돌려주는 구조”라며 “국외 예치 금리가 워낙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자금시장에서 은행 간 조달금리 기준이 되는 리보금리는 하루짜리 금리가 현재 연 1.44% 수준이고, 1년물은 2.5%를 넘어섰다. 게다가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또 한 차례 올릴 게 확실시되는데, 이럴 경우 한은 기준금리는 미국을 밑돌게 된다.
국내에서 달러예금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 개인의 달러예금은 1월말 현재 잔액이 133억5천만달러로 1년 전(91억달러)보다 48% 급증했다. 제로금리 탈피 시점인 2015년 12월(62억3천만달러)에 견주면 갑절 이상 불어난 상태다. 에스시제일은행의 김용남 수신상품팀 이사는 “시장금리는 달러금리가 원화금리를 이미 앞지른 상태”라며 “투자상품 구매 등 자산관리에 관심이 많은 고객층이 달러예금에도 관심이 큰 편이어서 2.5% 특판 금리를 내놓는 등 적극적으로 고객유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달러예금의 금리 매력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이는 금리만 생각하고 덜컥 가입해도 되는 상품은 아니다. 금리보다는 환차익이나 환차손이 더 커질 수 있는 투자상품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실제 시중은행들도 ‘환율 위험’을 고려해 달러예금은 만기를 길게 잡은 상품은 내놓지 않는다. 원화예금은 흔히 3년 만기 상품도 있지만, 달러예금은 6개월 또는 길어야 1년~1년반 만기까지만 금리를 고시하는 게 통상적이다. 또 환전수수료도 중요하다. 가입 시점은 물론 해지와 금융수익 실현 시점에서도 수수료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환율 위험과 관련해선 달러금리 상승 추세가 반드시 달러 강세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한금융투자의 윤창용 애널리스트는 “미 금리는 상승하고 반대로 달러가치는 하락하는 ‘디커플링’ 현상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지리라 보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다고 해도 수출로 들어오는 달러 규모를 포함해 다른 여건들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는 이제 달러 유출이 크게 일어나며 원화가 약세로 가는 시장이 아니란 얘기”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시장 종가 기준으로 1058~1092원 사이를 움직였고, 지난 9일 기준 1069.8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에선 올해 연말에도 1050~1060원 수준을 전망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하나금융연구소의 장보형 수석연구위원은 “달러예금에 대한 관심이 큰데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선 글로벌 금리 인상기에 달러값이 올라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존재하는 듯하다”며 “현재 원화는 국가 신용등급이나 우리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을 볼 때 예전처럼 약세 통화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환차손 등 투자위험을 고려하고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시점까지 달러자금을 운용할 여유가 있는지 등을 살펴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전수수료 역시 잘 따져봐야 한다. 시중은행들은 통상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6시 전후까지 50~60차례 이상 ‘매매기준율+환전수수료’로 이뤄진 원-달러 환율을 실시간으로 고시한다. 고객이 달러예금에 가입할 경우 창구를 찾아가면 거래 시점의 실시간 고시 환율이 적용된다. 또 모바일 비대면 창구에선 환율우대 혜택 등이 더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영업시간 이후나 공휴일에 모바일 앱 등을 통해 달러예금에 가입하면 오후 6시 전후에 나오는 최종 고시 환율을 적용받게 된다. 환율수수료는 외국여행 등 달러현물이 필요한 경우엔 1.75% 수준인 현찰환 수수료가 적용되는 반면, 달러예금 등은 전산거래에 필요한 전신환 수수료가 적용돼 1% 미만으로 수수료가 더 내려가게 된다.
환전수수료를 깎아주는 환율우대는 통상 30% 정도는 기본으로 해준다. 다만 달러예금을 들 경우에는 거래실적이나 가입상품에 따라 80~90%까지 우대해주는 경우도 있으니 혜택을 잘 살펴야 한다. 달러예금 해지 뒤 원화로 다시 바꿀 때도 수수료를 고려해야 한다. 이때는 예금 가입 시점과 달리 환율우대 혜택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각 은행의 외화입출금 통장 환율우대 기본 요건 등을 미리 살펴야 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달러예금은 현재 금리가 상승 중이므로, 1년 만기로 자금을 묶을 때도 3개월이나 6개월로 끊어서 금리를 재산정한 뒤 예치하는 회전주기 상품을 고르는 등 다양한 요소를 살펴야 한다”며 “환차익엔 과세하지 않지만,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은 국내 원화예금과 똑같아서 15.4%가 적용되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