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실명확인 시스템이 30일 시행에 들어가는 가운데 은행권이 ‘가상통화 거래’를 목적으로 내세운 일반계좌 개설 신청은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가상통화 투자자가 취급업자(거래소)의 법인계좌가 개설된 은행과 같은 은행에 계좌를 두어야만 투자금을 자유롭게 신규 입금할 수 있게 한 것이다.
28일 국내 주요 거래소에 가상계좌 서비스를 하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입출금이 자유로운 일반계좌를 신규 개설하려면 적정한 금융거래 목적을 입증해야 하는데 ‘가상통화 거래’는 적정한 목적으로 볼 수 없다는 지침이 일선 지점에 전달됐다”며 “30일 실명확인 시스템을 시행하는 6개 은행이 공통적으로 방침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적정 금융거래 목적을 증빙할 수 없는 경우에도 출금·송금 하루 한도를 대면으론 100만원, 온라인 등 비대면으론 30만원으로 제한하는 한도계좌는 열어준다. 하지만 이런 한도계좌는 가상통화 거래용으론 제한이 커서 투자 접근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3년 전부터 신규 계좌 개설에 앞서 각종 증빙과 금융거래 목적 입증을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둔 것은 대포통장 양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가상통화 거래’를 계좌 개설 목적으로 제시하는 고객의 경우 대포통장으로 활용될 가능성 등을 걸러내기 어렵고, 가상통화는 금융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통상적인 금융거래 목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상통화 투자자가 해당 은행에 입출금이 자유로운 일반계좌가 없을 경우 신규 통장 개설이 쉬운 여건이냐 아니냐에 따라 투자 접근성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주부·학생·취업준비생 등은 신규로 일반계좌 개설이 쉽지 않은 여건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실명확인 시스템을 둘러싼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가상통화 커뮤니티에선 ‘적금을 들면서 통장을 만들었다가 적금을 취소해라’ 등 다양한 규제 우회 방법에 대한 설왕설래가 오가는 중이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애초 통장 개설을 까다롭게 만든 제도가 대포통장 방지를 위한 것이지 가상통화 거래 억제 수단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서 실질적으로 모든 우회 경로를 100% 차단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초기 혼란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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