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 가상통화 거래소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에 숫자들이 쉴새없이 변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부인 몰래 4천 대출받아 리플 4400원에 몰빵해서 손절·매수를 반복하다 400 남았네요. 올 10월에 다른 전셋집으로 가야 하는데 막막합니다. 마누라는 아직도 모르고 아들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도 해야 하는데 지인이 올 안에 리플 1만원 넘는다고 해서 혹해서 그만 투자했는데 욕심이 과했네요. 남들 코인으로 돈 벌었다는 얘기에 혹해서…. 다신 코인판 근처에 얼씬도 안 하겠습니다.’
지난 27일 국내 한 가상통화 커뮤니티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앞서 지난 17일 비트코인을 포함한 대부분 가상통화(가상화폐)가 30% 가까이 폭락한 지 열흘이 넘어서면서 급격히 얼어붙은 시장에 ‘가즈아’를 외치던 이들이 급격히 줄었다. 대신 남은 코인으로 버틸지, 아니면 떠날지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가상통화 규제 움직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횡보세를 이어가고 있다.
28일 오후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134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7일 1900만원대에서 1240만원까지 떨어진 뒤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이전 시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코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4600원까지 찍었던 리플은 이날 1300~1400원대를 맴돌았다.
최근 가상통화 투자자들이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세 가지 기류로 나뉜다. ‘이 또한 지나간다’며 버틴다는 유형과 ‘호황은 끝났다’며 떠난다는 유형, 그리고 손절해야 할지 더 버텨야 할지 고민하는 부류다. 27일 한 커뮤니티엔 “천만원 잃고 코인판을 떠난다”, “50% 넘게 잃어서 존버(계속 버티기)할 수밖에 없다” 등의 비슷한 글이 올라왔다. ‘억대 수익 인증’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던 지난해 11~12월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돈을 넣어놓기만 해도 오르던 장은 끝난 것 같다’는 자조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가상통화 투자를 시작한 직장인 강아무개(33)씨는 “초반엔 코인들이 20% 넘게 오르는 걸 봤는데, 17일 이후엔 쉽지 않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버티면서 이제야 코인 관련된 뉴스도 읽고 공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풍에 가깝던 투기 현상은 다소 잠잠해졌다. 국내 가상통화 과열의 바로미터가 된 ‘김치 프리미엄’도 30% 안팎에서 지금은 5%로 주저앉았다. 코인에스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비트코인 하루 거래량도 17일 9만7340코인에서 27일 3만3781코인으로 약 65% 감소했다.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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