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직전 미국의 기준 금리는 4%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었다. 공황이 발생하고 8년 동안 천천히 금리를 인하해 1.0%까지 끌어내렸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4%대 중반이었다. 위기 발생과 동시에 금리를 빠르게 인하해 4개월만에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0.25%가 됐다. 그리고 7년 동안 금리를 손대지 않았다. 인하 속도와 저점 유지 기간 모두 금융위기 때가 대공황 때를 압도했다.
작년 7월 일본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이 -0.28%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독일의 국채금리도 -0.18%까지 하락했다. 두 나라의 국채를 보유할 경우 10년동안 한번도 이자를 받지 못하는 건 물론 만기 때에 원금보다 작은 돈을 되돌려 받는다는 의미가 된다. 역사상 한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사유재산이 생긴 이래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빌려줄 때에는 항상 대가를 받고 빌려줬지, 대가를 주고 빌려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 자식간은 빼고. 두 사례를 보면 지난 9년간 금융완화 정책이 얼마나 강하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다. 그 영향으로 부동산에서 주식까지 모든 자산의 가격이 급등했다.
이제 금융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경제 상황과 저금리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의 합이 4% 내외로 2.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금리와 차이가 많이 난다. 우리도 경제지표를 감안하면 금리가 낮은 상태다. 이같은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한국은행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정책변경에 나섰는데, 연말부터 금리 인상과 유동성 흡수가 본격화할 걸로 전망된다.
과거 예를 보면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주가는 즉각 반응하지 않는게 일반적이었다. 기준 금리와 시장 금리가 엇비슷하거나 역전된 후에 비로소 주가 하락이 시작된 경우까지 있었다. 이번에는 금리에 대한 반응속도가 과거보다 빠를 것 같다. 그동안 금융완화정책을 너무 강하게 시행해 금리 인상에 대한 투자자들의 적응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가도 너무 높은데 미국의 기준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는 동안 주가가 3배 넘게 올랐다. 과거에는 금리가 바닥을 친 후 첫 번째 금리 인상 때까지 주가가 20% 이상 오른 경우가 거의 없었다.
금리가 오를 때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은 거의 없다.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긴 했어도 여전히 기업은 금융자산보다 금융부채를 많이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 상승에 따른 혜택은 특수한 업종에 국한돼 나타날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게 금융주다. 은행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건 NIM(순이자마진)이다. 예대 마진과 비슷한 개념인데 금리가 오를 경우 순이자마진이 확대되면서 이익이 증가하게 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