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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단독] 카뱅·K뱅 대출, 신용 5·6등급 10명 중 1~3명만 ‘대출 승인’

등록 2017-10-15 18:01수정 2017-10-15 21:58

Weconomy | 소비자 리포트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나이스 5·6등급 대출거절 비율
카뱅 67·81%, K뱅 74·88%
7등급 이하는 100% 가까이 ‘불가’

애초 ‘대출심사 혁신’ 표방했지만
신용등급·소득증빙 관행 그대로
이학영 의원 “인터넷 은행 존재 의의 살펴야”

“나이스 6등급, 올크 7등급 직딩인데 대출이 좀 많아요. 갈아타기 해볼까 했더니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대출 다 거절이네요.ㅠㅠ 님들은 어떠신지? 올해 폰요금도 좀 밀려봤고, 카드값 연체도 있긴 했는데…. 눈팅으로 공부 더 해서 신용등급 점수 좀 올리면 될까요?”

대출상담이나 신용등급 관리 온라인 카페에 중·저신용자들이 흔히 쏟아내는 질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대출승인 거절이 난 뒤 나이스평가정보(나이스)와 올크레딧(올크) 같은 외부 신용평가사가 매긴 자기 신용등급 정보를 공개하며 비슷한 처지인 사람들의 상황은 어떤지, 어떻게 하면 대출승인이 나겠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승인을 거절한 비율을 살펴보면, 이들에게 인터넷전문은행 대출은 애초에 ‘좁은 문’이거나 ‘닫힌 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겨레>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나이스 기준 신용등급 4~6등급 중신용자 중 5·6등급의 대출승인 거절 비율은 케이뱅크는 각각 74%, 88%이고 카카오뱅크는 각각 67%, 81%인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는 10명 중 1~3명만, 카카오뱅크는 2~3명만 승인이 났다는 얘기다. 신용등급 5~6등급은 통상 일반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 승인이 나는 하한선으로 본다. 4대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신용자 중 4등급은 일반 시중은행에서도 무난하게 신용대출 승인이 나는 편이지만, 5~6등급 구간은 대출 승인 여부와 한도를 까다롭게 살핀다. 금리나 한도 등 조건은 제쳐두더라도 6등급은 승인이 난다고 장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당시 “빅데이터 활용 등을 통한 대출심사 혁신으로 중·저신용자에게 중금리 대출을 열어주는 시중은행 구실을 하겠다”고 해서, 4~6등급 중신용자와 7~10등급 저신용자들의 관심이 크게 쏠렸다. 하지만 현실은 5~6등급만 되어도 대출승인을 따내는 것은 아주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5~6등급이 이러하니 7등급 이하 저신용자로 내려가면 신용대출 승인은 거의 ‘닫힌 문’에 가깝다. 케이뱅크는 7등급은 대출승인 거절 비율이 98%, 8등급부터는 거절 비율이 100%였다. 또 카카오뱅크는 7등급은 91%, 8등급은 99%, 9·10등급은 둘 다 100%였다.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웬만해선 대출승인을 꿈꾸기 어려운 셈이다.

국내 가계대출 시장에서 은행은 고신용자 위주로만 대출을 하고 중신용자 중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고 소득증빙이 구비된 극히 일부만 수용하다 보니 중금리 대출상품이 빈약하고 대출 시장 양극화에 일조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신용등급 5등급에 대한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자금조달 비용 등의 차이 탓에 은행은 5.7%, 카드사는 15%, 캐피탈은 19.7%, 저축은행은 21.3%로 격차가 크다.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직장과 재직 기간 등 여러 조건에 따라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면 급격하게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은행 신용대출 잔액에서 나이스 신용등급 기준으로 중·저신용자 비중은 서민용 정책상품까지 다 합쳐도 22.1%에 그친다. 전체 금융권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44.7%로 두배 넘게 불어난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는 영업 시작 이후 대출금액 비중이 고신용자 대출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중·저신용자에겐 소액대출을 하다 보니 대출금액 비중이 작을 뿐 건수로는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신용등급별 승인 거절 비율로 봤을 땐 일반 시중은행과 큰 차별화 지점 없이 고신용자 대출에 집중하면서 중신용자 중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더 좋고 소득증빙이 확실한 고객들을 주요 영업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에서 일반 은행과 차별화한 결과물을 낼 만큼 대출 심사 기법을 혁신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드러낸다. 업계는 애초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기존 은행권 대출심사 관행으론 배제되던 중·저신용 고객층에 중금리 시장을 열어주겠다고 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부 빅데이터 접목이 있었지만, 외부 신용평가사와 보증보험 활용 등이 여전히 대출심사의 중심이란 얘기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승인엔 에스지아이(SGI)서울보증의 보증서가 100% 붙어야 하고, 빅데이터 활용은 2~3년 뒤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케이뱅크 관계자는 “우리는 현재도 외부 신용평가사 정보에 통신사 정보 등 빅데이터 분석을 덧붙였고, 앞으로도 차별화한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CSS)을 구축하는 데 지속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인기는 대출심사 내용의 혁신보다는 카카오 플랫폼의 친숙성과 무방문·무서류 등 접근 편의성에 기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학영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대출심사에서 혁신적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기존 은행에서 배제되던 중·저신용자들에게 여전히 ‘좁은 문’이나 ‘닫힌 문’이라면 은산분리 문제 등 인허가 과정의 각종 논란에 더해 존재 의의를 되묻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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