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정치에 발목 잡힌 한-중 통화스와프

등록 2017-10-10 18:06수정 2017-10-10 21:03

만기일 넘겨 협의 진행되는 배경
외환당국, 세부 내용에 침묵 일관
이주열 “모든 것이 완결되지 않았다”
협정 연장 안돼도 시장 영향은 미미
재연장 합의 땐 한중 갈등 완화 기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겨레> 자료사진.
“정치·외교적 원인으로 통화스와프 논의가 중단된 것에 대해 유감임.”

올해 1월6일 기획재정부는 한-일 통화스와프(Swap·맞교환) 연장 논의가 중단된 직후 이런 내용의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주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이 협정을 깼다. 이 사건은 ‘경제·금융협력은 정치·외교 갈등과 무관하게 지속돼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기대가 냉엄한 국제 질서에서 헛된 바람에 불과하다는 점을 확인하게 했다. 한국과 중국이 수개월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통화스와프 연장 협의도 정치·외교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0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아직 모든 것이 완결되지 않았다. 기존 협정이 만료되기 전에 마무리되면 더 좋지만 협의를 하다 보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후 한은과 기재부는 공동으로 자료를 내어 “중국과 계속 협의 중이므로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중국과의 이번 협의 과정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2014년에 한 차례 협정을 연장하면서 정한 만기 시점은 10일 자정이다. 기존 협정의 만기 시점까지 중국 정부는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모양새를 보였다. 한국 외환당국은 기존 협정이 만기가 되면 스와프 계약이 ‘해지’되는 것인지 아닌지도 설명하지 못했다. 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기존 계약) 해지 여부까지 모두 포함해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정부와 한은 모두 굳게 입을 닫았지만, 외환당국에선 이런 상황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 간 냉기류가 흐른 데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기재부 간부는 “양국 경제 라인 사이에선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중국의) 정치적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한 관계자도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한국과 달리 공무원으로 구성되며 정부 조직에 포함돼 있다. 협정 최종 타결을 위해선 한국의 국무회의 격인 국무원을 거쳐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정무적 판단’이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 협의에 최종 종지부를 찍게 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도 말을 아끼고 있지만, 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이 협정의 만기 연장 혹은 해제 뒤 재계약 여부의 파장도 경제적 차원이 아닌 외교적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적잖다.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많은 편이다. 통화스와프 협정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사실 외환시장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며 “이 협정이 연장되지 않더라도 한국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한-중 통화스와프는 위안화도 미국 달러나 유로화와 같이 ‘안전통화’로서의 위상을 갖추려는 중국의 중장기 전략을 배경으로 체결된 터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외화 안전판 구축에 무게를 둬 체결된 한-미 통화스와프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또다른 기재부의 핵심 간부도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연장된다면 한-중 간 긴장이 다소 완화될 수 있는 모멘텀으로 시장이 받아들일 수는 있지만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양국 간 갈등 심화로 해석되면서 경제주체의 심리가 악화될 여지가 있다. 다만 한국의 대외신인도나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밍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 국제시장연구소 부소장은 10일치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미 30여개국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지만 실제 쓰이는 경우는 많지 않고, 현재 중-한 양국 경제 상황에선 협정을 가동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경락 노현웅 김보협 기자,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sp9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 납품’ 외신 또 오보 1.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 납품’ 외신 또 오보

환율 21원 급등, 반도체주 급락…딥시크·금리동결 악재 한번에 2.

환율 21원 급등, 반도체주 급락…딥시크·금리동결 악재 한번에

‘공모주 지옥’이 열렸나, 새해 상장 넷 중 셋 30% 넘게 폭락 3.

‘공모주 지옥’이 열렸나, 새해 상장 넷 중 셋 30% 넘게 폭락

기내 보조배터리 직접 소지하라는데…안내대로 하면 되나요? 4.

기내 보조배터리 직접 소지하라는데…안내대로 하면 되나요?

‘이거 르노 차 맞아?’ 그랑콜레오스, 판매량 역주행 이유 있네 5.

‘이거 르노 차 맞아?’ 그랑콜레오스, 판매량 역주행 이유 있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