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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주식 쥔 채 긴 휴가 떠나도 괜찮을까?

등록 2017-09-28 18:23수정 2017-09-28 21:06

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그래픽_김지야
그래픽_김지야

1990년은 10월 3일이 추석이었다. 그날 독일이 통일됐다. 같은 분단국가여서인지 한국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남달랐다. 주식시장이 특히 심했는데, 연휴가 끝나고 거래가 재개된 첫날 3.5%나 올랐다. 상승은 이후에도 계속돼 10월 24일 796.7까지 올랐다. 12일 만에 32.1% 상승한 것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인데, 투자금융회사가 증권사로 전환돼 주식 매수가 늘어날 거란 기대에 독일 통일이란 예상치 못했던 재료가 겹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재미있는 건 정작 당사자인 독일이나 미국, 영국 같은 선진국 주식시장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 시장이 30% 넘게 오르는 동안 이들의 주가는 1% 정도 하락했다. 외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우리 시장의 특징을 유감없이 보여준 기간이었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998년은 10월 5일이 추석이었다. 당시는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1년도 되지 않은 때여서, 환율이 시장을 끌고 가는 핵심 변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엔/달러 환율이 특히 주목받았는데, 엔화의 방향을 놓고 달러당 200엔까지 상승할 거란 다수의견과 100엔대로 하락할 거란 소수의견이 부딪치고 있었다. 우리 주식시장은 엔화 하락 쪽에 서 있었다. 그래야만 원화도 강세가 돼 주가가 상승할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직전 달러당 136.1엔이었던 엔화가 연휴 기간에 123.5엔으로 10% 가까이 하락했다. 그리고 10월 19일에 114.6엔까지 다시 내려와, 9일 만에 16%에 달하는 절상률을 기록했다. 당시 엔화 강세의 위력이 얼마나 셌던지 전통적으로 달러 보유 성향이 강한 일본의 종합상사마저 달러를 내다 팔 정도였다.

연휴 직전 308.2였던 종합주가지수가 엔화 강세와 함께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 달 사이에 404.6으로 31% 오른 다음, 1999년 7월에 1050까지 추가 상승해 우리 주식시장 사상 가장 빠른 상승을 기록했다.

긴 휴식 이후 주가가 급변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외부에서 발생한 변화가 연휴로 인해 반영되지 못하다가 거래 재개와 함께 한꺼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심리적 부분도 역할을 하는데, 연휴로 인해 불안 심리가 커질 경우 사실보다 반응이 세지기도 한다.

추석 연휴 기간 중 주식시장이 별달리 변화하지 않을 거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가장 큰 변동요인인 북핵조차 핵실험이라는 극한 상황을 여러 차례 경험한 데다, 장기간 시장에 노출돼 악재로서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불확실성과 새로운 재료가 만나야 하는데, 높은 선진국 주가 외에는 변화를 만들 만한 요인이 없다. 이번 추석 연휴는 다른 어떤 때보다 기간이 길지만, 변동성은 작은 상황이 될 것 같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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