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conomy | 소비자 리포트
덩치는 사실상 기존 금융회사 견줘 송사리급 그러나 케이뱅크 돌풍 등 메기급 성장할 수도
개업초반 2%대 특판에금 금리 조건 등 매력적
카드사·저축은행 겨냥한 중금리 대출 선전할만 신용등급 중간층 대상 신용평가 능력이 관건
“자칫 부실 쌓이면 가격경쟁력 되레 하락”
초반 돌풍 무시하기 어려워…트렌드 이끌수도 먼저 출발선을 통과한 케이뱅크는 예금유치를 통해 대출 여력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2%대 예금상품을 선봬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코드케이 정기예금’은 1년짜리 상품이 최고 연 2% 금리를 제공해 200억원으로 잡았던 판매한도를 2차까지 소진했고, 3차 판매를 진행 중이다. 회차별 1인1계좌로 가입할 수 있으며 5천만원까지 예금할 수 있다. 전체 금리에서 차지하는 우대금리의 폭도 0.2%포인트에 불과하고 홍보이벤트에 참여하면 돼 조건 충족이 어렵지 않다. 게다가 이 예금은 석달 만기조차 최고 1.5%, 6개월 만기는 최고 1.8%에 이른다. 현재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금리가 평균잡아 1%대 초중반 수준이다. 물론 케이뱅크의 이 상품은 개업 초반 특판상품이라는 특수성은 있다. 여하튼 저축은행은 몰라도 현재 시중은행에서 1년 만기 2%대 정기예금 상품은 보기 힘들다. 금융소비자정보 포털 파인(fine.fss.or.kr)에 오른 예금상품 300여개 가운데 1년 만기로 2%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권 상품은 지방은행 한 곳의 상품 정도다. 그나마 신용카드 실적 등에 따라 변동하는 우대금리의 폭이 금리의 절반에 이르는 1%포인트로 충족하기 쉽지 않다. 케이뱅크의 출범 당일 우리은행이 ‘더드림 키위정기예금’ 1년 만기 이벤트 상품(최고 2.1%)을 내놓긴 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달 20일 기준으로 우리은행 계좌가 없었던 신규 고객이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가입대상이 한정적인 셈이다. 또 케이이비(KEB)하나은행의 ‘하나머니세상 정기예금’(최고 1.90%) 등 1%대 후반 금리를 주는 일부 상품이 있지만 예금한도가 1천만~2천만원 이내로 미끼상품의 성격이 짙다. 케이뱅크의 대출상품에선 신용등급 1~10등급 가운데 중간층(4~7등급)을 겨냥한 대목이 단연 눈에 띈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은행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자료를 보면, 이들은 대출이나 신용카드 등 신용상품 이용 이력이 있는 4500만여명 가운데 2050만명으로 45.5%를 차지한다. 보통 금융거래 이력이 없는 평범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이 신용등급 4등급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먼저 ‘미니케이 마이너스통장’은 마이너스통장이란 이름을 달았지만, 실제론 신용등급 중간층이나 젊은층을 겨냥한 소액 신용대출의 성격이 짙다. 일단 대출심사만 통과하면 300만~500만원 한도로 5.5% 단일 금리를 적용해준다. 케이뱅크 쪽도 “젊은층 등이 10% 이상의 높은 금리에도 편의성과 익명성 때문에 손쉽게 이용하는 장·단기 카드대출(카드론, 현금서비스) 시장을 공략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여신금융협회가 공시한 ‘빅5’ 카드사 금리는 카드론이 평균 14.16%, 현금서비스가 19.56%에 이른다. 물론 이런 카드사 시장 공략이 계획대로 순항한다고 해도 규모 면에선 ‘찻잔 속의 태풍’일 수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합한 카드 대출 잔액은 34조4천억원이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올해 말까지 대출영업 목표가 연간 4천억원이고, 중금리 대출 비중은 30%로 1300억원 안팎에 그친다. 이밖에 케이뱅크는 대표적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으로 ‘슬림케이 중금리 대출’(최저 연 4.14% 이상)을 내놓으며 신용등급 중간층에도 한자릿수 금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자신의 주주사들이 지닌 빅테이터를 활용해 신용등급 중간층에서 실제 우량할 가능성이 큰 고객들을 골라내려는 포석이다. 코리아크레딧뷰로의 금융업종별 대출금리 자료를 보면, 2월 평균금리가 카드사는 18.34%, 저축은행은 28.13%에 이른다. 케이뱅크의 이 상품은 1~7등급을 대상으로, 은행 고객은 물론 저축은행이나 카드사보다 싼 한자릿수 금리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하지만 우량등급(1~3등급) 고객은 기존 은행권 거래실적에 따라 더 나은 대출 조건을 제시받을 가능성이 상당해서 경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일단 케이뱅크를 필두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시중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들에 사뭇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융혁명의 물결을 올라탄 ‘메기’의 등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아직 메기인지 송사리인지 판단하기 섣부르다는 견해도 있다. 당장 4대 시중은행의 자산은 각각 300조원 정도 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첫해 1조원이 채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시중은행들도 기존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말고도 편의성을 더 높인 모바일뱅크 앱을 추가로 내놓는 등 비대면 금융창구를 계속 강화해왔다. 앞으로 인터넷전문은행과 편의성과 신속성 면에서 경쟁을 펼치겠지만, 은행권도 인프라 차원에선 웬만큼 준비를 했다는 얘기다. 이른바 ‘금리’로 드러나는 가격경쟁력과 관련해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은 은행의 주요 고객인 신용등급 상위층(1~3등급)보다는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의 주요 고객인 신용등급 중간층(4~7등급)에 소구력을 지닐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시중은행의 한 부행장은 인건비와 점포 운영비를 크게 절감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높다는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의 주장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는 “대출할 자금을 얼마나 싸게 조달하느냐로 볼 때 우량고객은 우리가 더 싼 금리를 줄 수도 있다. 저축은행 대출 등을 많이 쓰는 신용등급 중간층 고객은 상대적으로 부실률이 높다. 부실 비용은 추후 고객한테 가격으로 전가되는데, 인터넷전문은행의 진정한 가격경쟁력은 이에 대해 참고할 만한 자료가 쌓인 뒤에야 안팎에서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이뱅크 신규고객이 사흘여 만에 10만명을 넘어서는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폭발적인 초기 반응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주주사의 한 임원은 “혁신은 절대 안에서 오기 어렵다. 우리는 기존 금융회사들은 할 수 없는 서비스들로 금융소비자를 공략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home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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