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3돌 창간특집>
타 은행과 달리 소매금융에 역점
중국 성공이 글로벌 도약 시금석
타 은행과 달리 소매금융에 역점
중국 성공이 글로벌 도약 시금석
‘변방에서 중심으로.’
하나은행의 성장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국내 영토를 벗어나 국외 시장에서 또다른 탈출구를 찾고 있는 하나은행이 가장 공들이고 있는 곳은 중국, 그 가운데서도 유독 ‘동북 3성’이다. 이미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중심 도시 대신 지린·헤이룽장·랴오닝 등 동북 3성에서 확실한 기틀을 잡겠다는 뜻으로, 곧장 중심으로 진격하기보다는 변방부터 차근차근 공략하겠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이 동북 3성의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다. 당시 은행장이었던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랴오닝성의 성도인 선양에 지점을 냈다. 당시 하나은행을 뺀 대부분의 국내 시중은행들은 베이징·상하이·칭다오 등 우리나라 기업이 몰려 있는 곳에 앞다퉈 지점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하나은행의 생각은 달랐다. 바로 중국 시장 개척의 궁극적 목표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 아니라 현지인을 상대로 한 소매금융이라는 명확한 인식이 있었던 탓이다.
동북 3성은 중국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숨은 매력도 많다. 중화학공업 기반이 갖춰져 있고, 인구 1억5000만명의 거대시장을 배후에 두고 있으며, 200만명의 우리 동포가 살고 있어 문화적 동질성이 강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여기에다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 은행들이 아직 발을 들여놓지 않은 탓에 선점효과가 크다는 장점도 있었다.
지주사 차원의 움직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6월 지린은행에 지분참여를 한 데 이어 올해 초엔 초상은행과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고 중국 시장 진출에 한층 속도를 내는 중이다. 지린은행을 통해 동북 3성을, 하나은행 중국법인을 통해 베이징·산둥·상하이 등 중동부 지역을 공략하는 양날개 전략이다.
하나금융지주는 2015년까지 세계 50위권 글로벌 금융그룹 도약을 선언한 상태다. “중국에서 은행으로 성공하지 못하면 세계 어디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 김승유 회장의 평소 지론이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마웨이화 중국 초상은행장이 지난 1월 중국 선전 초상은행 빌딩에서 상호지분 투자를 포함한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하나금융지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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