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별 경제 피라미드 하층(BOP) 인구와 소득
[19돌 창간특집] 다른 금융 다른 사회
⑥ 금융 소외지대
⑥ 금융 소외지대
글로벌 금융사들 ‘소액금융’ 눈돌려 수익 쑥쑥…세계 40억 저소득층 ‘블루 오션’
세계 금융회사들은 ‘부자 마케팅’에 혈안이 돼 있다. 부자의 돈을 끌어들이고, 자산관리 해주고, 부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빌려주려 안달이다. 저소득층은 그들에게 불안정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고객일 뿐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에 대한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해 수익을 낸 금융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소액금융사업’(마이크로파이낸스)에 뛰어든 회사들이다. 이들 회사들은 저소득층을 ‘미래성장을 위한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
인도 ICICI 은행
극빈 고객 150만명 합동계좌
저축-대출 연계 순익 26% ↑ 저소득층은 위험? 상환율 높다!=저축률이 낮고, 현금 흐름도 좋지 않은 저소득층에게 은행들은 깐깐하게 군다. 그러나 독특한 사업모델로 상환율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린 곳이 있다. 인도에서 두번째로 큰 민간은행인 ICICI 은행이 그 주인공이다. 이 은행의 순이익은 최근 4년간 꾸준히 늘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순이익이 26.7%나 증가했다. 이 은행은 자립그룹(Self-Help Groups)이라는 독특한 그룹과 협력한다. 이 그룹은 20명으로 구성되며 공동체 성격이 강하다. ‘저축 먼저, 신용카드 나중에’라는 기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데, 회원들은 합동계좌를 만들어 저축을 하며 한달에 한번씩 모임을 연다. 이 은행은 자립그룹이 1년 동안 잘 운영되면, 대출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대출을 받을 때는 자립그룹의 모든 회원이 서명한 대출 동의서, 가족조사서 등을 낸다. 이에 따라 대출받을 때 담보가 필요없다. 박종현 진주산업대 교수(산업경제학과)는 “민간 은행이 연대성을 발휘할 수 있는 대출 기법을 통해 저소득층의 저축을 유도한다는 것은 진일보한 시스템”이라며 “소액금융 사업은 빈곤층의 금융서비스 이용 가능성을 확대해 자활 능력을 높여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과 영국의 경우에도 정책적으로 저소득층의 자기계좌 갖기 정책 등을 펼치고 저소득층의 저축을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액금융 수익 안 된다? 수익률 높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있듯이 금융기관들은 부자를 끌어들여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소득층은 고비용 고객으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소액금융업의 수익률은 어느 정도일까? 소액금융 투자 전문기업인 블루오처드의 성공은 그 답을 말해준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가 있는 이 회사는 최근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상품인 덱샤 마이크로크레디트 펀드(DMCF)는 24개 개발도상국의 소액금융업에 투자하고 있다. 2005년 6월에 5600만달러(약 520억원)였던 덱샤의 순자산가치는 올해 2월 1억6000만달러로 증가했다. 덱샤의 투자자들은 리보금리(런던은행간 금리)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익을 올린다.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액금융의 경우 창업을 주로 돕는데 2년간 안정적으로 수입이 나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본다”며 “우리나라나 외국 모두 창업 성공률이나 상환율이 높아 전 세계적으로 소액금융 회사들이 늘고 추세”라고 말했다.
스위스 블루오처드
24개 개도국 소액금융에 투자
장기대출전략 성공 자산 껑충 저소득층은 성장 없다? 전망 좋다! =세계 은행의 하부조직인 국제금융공사(IFC)는 최근 ‘다음 40억명: 피라미드 하층의 경제규모와 사업전략’이란 보고서를 냈다. 공사는 이 보고서에서 “기업들은 지금까지 연 3000~2만달러 소득을 올리는 중산층 14억명을 주로 공략하면서 경쟁을 벌여왔지만, 미래 성장을 위해선 40억명의 경제 피라미드 하층(BOP: Base of the Economic Pyramid)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인구의 72%를 차지하는 하층 피라미드 40억명의 연소득(실질구매력 기준)을 모두 합하면 5조달러로 중산층 소비시장 규모(12조5천달러)의 40%에 해당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저소득층 시장 규모는 3조47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제금융공사는 시장 논리로 저소득층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원가를 낮추면서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면 저소득층 시장 규모는 급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이사는 “저소득층의 소액금융기관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액금융이 금융접근권이 없는 금융소외 계층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소액금융을 활성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선아 윤은숙 기자 anmadang@hani.co.kr
‘소액 대출’ 국내에선
사회연대은행 등 3~4곳 그쳐
대출 재원·운영비 지원 숙제 지난해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은행’으로 유명한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과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에서도 마이크로크레디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저소득층에게 담보나 보증없이 소액의 창업·생계자금을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전세계적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은 1만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정한 규모와 체계를 갖추고 있는 기관은 사회연대은행 등 3~4개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기관인 사회연대은행은 지난 2003년 설립된 이후 올해 3월 말 현재까지 414개 업체에 81억8천만원을 대출해줬다. 금리는 연 2~4%인데, 무담보인데도 상환율은 90%가 넘는다. 현재 보유기금은 190억원 정도다. 그라민은행 한국지부인 신나는 조합은 2000년에 시작됐다. 도시빈민, 여성,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 1인당 최고 500만원, 평균 200만원 정도를 공동대출 형식으로 빌려준다. 국내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이 봉착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현재 기금의 재원은 주로 대기업이나 은행의 기부금과 정부 위탁금이다. 휴면예금·보험금을 마이크로크레디트에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와 국회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왔으나 한나라당의 반대로 관련 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어려워지면서 은행연합회 산하에 민간재단으로 만들어 마이크로크레디트를 돕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지만 기존 기관들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이사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이 사업을 맡게 되면 ‘상환’이라는 금융논리로만 접근하게 된다”며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자활’과 ‘상환’이 같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출 재원뿐 아니라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운영비 지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사업 특성상 대출을 해준 사업체에 대한 사후 관리가 필수적이고, 따라서 많은 수의 상근자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저소득층의 자활을 위한 창업자금 대출이 주요 사업이었지만, 앞으로는 소위 ‘급전’이라고 하는 생활상의 시급한 필요를 위한 소액대출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빈곤층 중 상당수가 교육자금이나 의료비 대출과 관련해서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사업이 어느 정도 정착되면 소액 대출사업도 같이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극빈 고객 150만명 합동계좌
저축-대출 연계 순익 26% ↑ 저소득층은 위험? 상환율 높다!=저축률이 낮고, 현금 흐름도 좋지 않은 저소득층에게 은행들은 깐깐하게 군다. 그러나 독특한 사업모델로 상환율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린 곳이 있다. 인도에서 두번째로 큰 민간은행인 ICICI 은행이 그 주인공이다. 이 은행의 순이익은 최근 4년간 꾸준히 늘고 있으며,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순이익이 26.7%나 증가했다. 이 은행은 자립그룹(Self-Help Groups)이라는 독특한 그룹과 협력한다. 이 그룹은 20명으로 구성되며 공동체 성격이 강하다. ‘저축 먼저, 신용카드 나중에’라는 기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데, 회원들은 합동계좌를 만들어 저축을 하며 한달에 한번씩 모임을 연다. 이 은행은 자립그룹이 1년 동안 잘 운영되면, 대출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대출을 받을 때는 자립그룹의 모든 회원이 서명한 대출 동의서, 가족조사서 등을 낸다. 이에 따라 대출받을 때 담보가 필요없다. 박종현 진주산업대 교수(산업경제학과)는 “민간 은행이 연대성을 발휘할 수 있는 대출 기법을 통해 저소득층의 저축을 유도한다는 것은 진일보한 시스템”이라며 “소액금융 사업은 빈곤층의 금융서비스 이용 가능성을 확대해 자활 능력을 높여주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과 영국의 경우에도 정책적으로 저소득층의 자기계좌 갖기 정책 등을 펼치고 저소득층의 저축을 장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액금융 수익 안 된다? 수익률 높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이 있듯이 금융기관들은 부자를 끌어들여야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소득층은 고비용 고객으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소액금융업의 수익률은 어느 정도일까? 소액금융 투자 전문기업인 블루오처드의 성공은 그 답을 말해준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가 있는 이 회사는 최근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상품인 덱샤 마이크로크레디트 펀드(DMCF)는 24개 개발도상국의 소액금융업에 투자하고 있다. 2005년 6월에 5600만달러(약 520억원)였던 덱샤의 순자산가치는 올해 2월 1억6000만달러로 증가했다. 덱샤의 투자자들은 리보금리(런던은행간 금리)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익을 올린다.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액금융의 경우 창업을 주로 돕는데 2년간 안정적으로 수입이 나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본다”며 “우리나라나 외국 모두 창업 성공률이나 상환율이 높아 전 세계적으로 소액금융 회사들이 늘고 추세”라고 말했다.
스위스 블루오처드
24개 개도국 소액금융에 투자
장기대출전략 성공 자산 껑충 저소득층은 성장 없다? 전망 좋다! =세계 은행의 하부조직인 국제금융공사(IFC)는 최근 ‘다음 40억명: 피라미드 하층의 경제규모와 사업전략’이란 보고서를 냈다. 공사는 이 보고서에서 “기업들은 지금까지 연 3000~2만달러 소득을 올리는 중산층 14억명을 주로 공략하면서 경쟁을 벌여왔지만, 미래 성장을 위해선 40억명의 경제 피라미드 하층(BOP: Base of the Economic Pyramid)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인구의 72%를 차지하는 하층 피라미드 40억명의 연소득(실질구매력 기준)을 모두 합하면 5조달러로 중산층 소비시장 규모(12조5천달러)의 40%에 해당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저소득층 시장 규모는 3조47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제금융공사는 시장 논리로 저소득층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원가를 낮추면서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하면 저소득층 시장 규모는 급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이사는 “저소득층의 소액금융기관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액금융이 금융접근권이 없는 금융소외 계층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소액금융을 활성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선아 윤은숙 기자 anmadang@hani.co.kr
‘소액 대출’ 국내에선
사회연대은행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대출 재원·운영비 지원 숙제 지난해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은행’으로 유명한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과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에서도 마이크로크레디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저소득층에게 담보나 보증없이 소액의 창업·생계자금을 대출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전세계적으로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은 1만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정한 규모와 체계를 갖추고 있는 기관은 사회연대은행 등 3~4개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기관인 사회연대은행은 지난 2003년 설립된 이후 올해 3월 말 현재까지 414개 업체에 81억8천만원을 대출해줬다. 금리는 연 2~4%인데, 무담보인데도 상환율은 90%가 넘는다. 현재 보유기금은 190억원 정도다. 그라민은행 한국지부인 신나는 조합은 2000년에 시작됐다. 도시빈민, 여성,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 1인당 최고 500만원, 평균 200만원 정도를 공동대출 형식으로 빌려준다. 국내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이 봉착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현재 기금의 재원은 주로 대기업이나 은행의 기부금과 정부 위탁금이다. 휴면예금·보험금을 마이크로크레디트에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와 국회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왔으나 한나라당의 반대로 관련 법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어려워지면서 은행연합회 산하에 민간재단으로 만들어 마이크로크레디트를 돕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지만 기존 기관들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이종수 사회연대은행 이사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이 사업을 맡게 되면 ‘상환’이라는 금융논리로만 접근하게 된다”며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자활’과 ‘상환’이 같이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출 재원뿐 아니라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운영비 지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사업 특성상 대출을 해준 사업체에 대한 사후 관리가 필수적이고, 따라서 많은 수의 상근자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저소득층의 자활을 위한 창업자금 대출이 주요 사업이었지만, 앞으로는 소위 ‘급전’이라고 하는 생활상의 시급한 필요를 위한 소액대출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빈곤층 중 상당수가 교육자금이나 의료비 대출과 관련해서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사업이 어느 정도 정착되면 소액 대출사업도 같이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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