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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증권가, 건설사 목표주가 줄줄이 내려…“우발채무 반영”

등록 2024-01-09 18:09

지난해 말 서울 광진·성동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증권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피에프) 우발채무를 고려해 일부 건설사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실적 눈높이도 낮춰잡고 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건설업종이 상반기까지는 피에프 부실 부담에 따른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란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메리츠증권은 9일 낸 보고서에서 지에스(GS)건설의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려 잡는 한편, 목표주가도 1만9천원에서 1만6천원으로 15.8% 끌어내렸다. 투자의견과 목표주가가 내려간 것은 우발채무 가능성 때문이다. 우발채무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순자산을 피에프 지급보증액의 절반 수준인 9천억원을 기존보다 차감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발채무와 회사채 만기 연장이 결정되는 3월 말과 4월이 유동성 상황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국투자증권은 현대건설의 목표주가를 조정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지만 역시나 피에프 우발채무를 반영해 목표주가는 기존 5만3천원에서 4만9천원으로 7.5% 내렸다. 올해 순자산 추정치에서 고위험 우발채무 3100억원을 차감해 주당순자산가치(BPS)를 조정했다. 다만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 영업 자체는 순항 중이고 우발채무를 보유한 현금성 자산으로 모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재무 안정성은 우수하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에스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유지하면서도 부동산 업계 전반의 유동성 악화 위험을 고려하면 각 건설사들이 지난해 4분기 재무제표에 비용을 보수적 관점에서 설정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 추정치는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보수적인 충당금 설정이나 현장 원가 재점검에 따른 비용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실적치가 (시장의) 이익 추정치를 전반적으로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건설업종을 전반적으로 봤을 때 상반기 중엔 부실 공포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발채무 부담에다가 상반기 중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사 회사채만 2조5천억원(한국신용평가 집계)에 이르는 터라 자금 조달 불안은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는 탓이다. 김세련 연구원은 “사실상 건설업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지난해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와 단기채의 장기채 전환에 주력해온 만큼 재무구조가 악화한 기업이 디폴트(부도)까지 갈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으로 보지만, 업종 전체적으로 조달비용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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