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위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으로 촉발된 상생금융 바람이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지 못한 채 일단락됐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앞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내는 이자의 일부를 ‘캐시백’ 형태로 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되, 그 규모는 추후에 확정하기로 했다. 상생금융 확대가 가계 빚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신중한 기류로 돌아선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금융위원회 발표를 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지주사 회장단 간담회에서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코로나19 종료 이후 높아진 금리 부담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업계 스스로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종노릇’ 발언 이후 금융당국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이자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을 금융권과 논의해왔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이자 캐시백’ 형태의 상생금융을 추진하도록 할 계획이다. 앞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내는 이자 중의 일부를 사후적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당장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은 일단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 방안이나 지원 금액의 규모도 추가 논의를 거쳐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 최소 1조∼2조원 수준의 규모를 확정지을 것이라는 기대가 금융권 안팎에서 나왔던 것과는 대비된다. 상생금융 바람이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여기에는 상생금융을 둘러싼 ‘정책 엇박자’ 논란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당장 대출금리를 인하하면 그 혜택을 받는 소비자들은 그만큼 더 많은 빚을 낼 수 있게 된다. 가계부채를 조이려 하는 금융당국의 최근 기조와는 다소 상충하는 셈이다. 경기 둔화 국면이 이어지는 와중에 상생금융 부담까지 지나치게 커지면 은행들의 건전성이 나빠질 여지도 있다. 자칫 대규모 상생금융이 이뤄질 경우 금융소비자 간 형평성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신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 위원장은 “오늘은 구체적인 금액은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며 “논의를 하다 보면 저희가 생각하지 못한 이슈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최대 2조원의 횡재세를 걷는 법안이 발의된 데 대해서는 “국회에서 최소한 이 정도를 바라고 있다는 걸 금융회사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만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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