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금감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이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상생금융 때문에) 금리가 내려간 게 아니다”라고 말해 거짓 발언 논란이 예상된다. 상생금융을 둘러싼 ‘가계부채 책임론’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원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제가 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처럼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피해가 큰 분들에 대한 배려를 부탁드린 거지 제가 그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금리가 내려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생금융으로 인한 대출금리 하락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채질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렇게 반박한 것이다. 금감원은 취약계층 지원을 유도했을 뿐 대출금리 전반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 원장의 답변이 사실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이 원장표 상생금융의 특징 중 하나는 특정 계층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우리은행은 지난 3월30일 이 원장이 방문하자 모든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인하했다. 비슷한 시기에 케이비(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모든 소비자를 상대로 가계대출 금리를 낮췄다. 이는 실제로 대출금리 전반의 하락세로 이어졌다. 가령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 가중평균금리는 3월 연 5.23%에서 4월 4.70%로 떨어졌다. 가산금리를 적극 조정한 결과다.
이 원장의 발언은 다른 관계기관의 시각과 차이가 큰 내용이기도 하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의 일부 금융통화위원은 “(금융당국의) ‘창구지도’가 통화정책 기조와 괴리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금감원이 이끈 대출금리 인하 탓에 통화긴축이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이 원장은) 금감원의 의도 자체는 취약계층 지원이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라며 “우리은행 등이 모든 상품의 금리를 내린 건 자율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거짓 발언의 소지가 적지 않음에도 이 원장은 수차례에 걸쳐 같은 내용의 발언을 반복했다. 그는 “취약계층에게 0.3∼0.4%포인트 정도 은행이 배려하게 해줄 수는 있다”며 “다만 주담대 금리는 정해진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에 제가 뭐라고 얘기하더라도 그 추세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상생금융 직후인 지난 4월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김종민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는 “(상생금융이) 가계대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했다. 국회 국감에서 거짓 답변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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