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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미-중 정상회담, 눈높이 낮춰야 할 이유

등록 2023-11-12 16:46수정 2023-11-13 02:36

Weconomy | 박상현의 경제 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인 오는 15일 양자 회담을 열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이다.

양국 정상 사이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다. 재선 가도에 경고등이 켜진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 불거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은 바이든 행정부를 난처하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장기화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전쟁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함정”에 빠지고 있다. 1992년 미 대선 당시 클린턴은 이 문구 하나로 걸프전 승리로 지지율이 치솟던 조지 부시 대통령을 누르고 대선에 승리했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으로 1992년 당시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직면해 있다.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한 중국 압박과 리쇼어링 정책은 성과를 얻고 있지만 고물가-고금리 현상 장기화로 바이든노믹스에 대한 미국 국민의 실망감은 커지고 있다. 2024년 미국경제 성장률도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여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여지가 크다. 따라서 바이든은 성장률 제고와 인플레이션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중국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해야 할 입장이다. 문제는 대중 견제 완화 및 중국의 요구 사항 수용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하다. 시진핑 3기 체제 이후 중국 경제는 휘청이고 있다. 미국의 첨단기술 규제로 기술패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음은 물론 내부적으로 내수와 수출 부진이라는 쌍절벽 리스크에 직면했다. 중국경제와 체제에 대한 불신은 글로벌 자금의 중국 이탈, 즉 차이나 런(China Run)을 넘어 차이나 엑소더스로 증폭되고 있다. 헝다그룹·비구이위안 등 부동산발 부채 리스크는 진정되고 있지만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이는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장기화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전쟁 중이지만 중국 경제는 이보다 더욱 어려운 전쟁인 디플레이션과 싸우고 있다. 하루빨리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차이나 엑소더스 위험을 해소해야 경제 및 정치 모두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계 정상화에 앞서 풀어야 대만 문제, 미국의 중국 체제 위협 등 난제가 많다.

양국이 경제 관계를 정상화해야 할 필요성은 차고 넘치지만 파트너 관계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 당장 모든 현안에서 양측이 한 발짝도 물러서기 어렵다. 당장 중국은 지난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회담의 합의 사항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 측이 합의 사항이라고 주장하는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요즘 국제질서를 고려할 때 양국이 현실적으로 풀기 어려운 이슈다. 안갯속에 있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다만, 양국 정상 모두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를 다시 상기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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