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세를 뒷받침해온 민간소비가 앞으로 점차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2일 ‘미국 소비 호조의 배경과 향후 리스크 점검’ 분석보고서에서, 미국의 소비 증가세를 이끌어왔던 요인들이 올해 4분기 이후에는 점차 약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3월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과감한 금리 인상에도 소비가 위축되지 않고 있는 배경으로 그동안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예상보다 훨씬 견고한 고용시장과 이에 따른 실질임금 증가,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쌓인 ‘초과저축’ 을 꼽아왔다.
하지만 고용 여건은 고금리에 따른 기업 수익성 저하 등으로 이미 점차 약해지는 추세이며, 초과저축은 서서히 소진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한은은 진단했다. 초과저축은 가처분소득 대비 저축 비율이 이전의 장기추세보다 웃도는 경우에 발생하는데, 팬데믹 기간에 미국 가계에는 소비 제약과 막대한 정부 이전소득 등으로 1조달러 이상의 초과저축이 쌓여 민간소비의 재원을 키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초과저축이 앞으로도 소비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강도는 이전보다 훨씬 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8월 현재 미국의 가계저축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6.2%)을 훨씬 밑도는 3.9%에 머물고 있고, 남아 있는 초과저축의 상당 부분도 소비성향이 낮은 소득 상위 20% 계층이 보유하고 있다는 게 근거이다. 상위 20% 미만 가계의 초과저축은 올해 4분기 중 대부분 소진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미 연준 금리 인상의 파급 영향이 시차를 두고 점차 확대된다는 점도 소비 위축을 예상하는 근거다. 가계 가처분소득에서 대출원리금 상환액의 비율로 측정한 실효이자율로 보면, 장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에는 아직 금리 인상의 파급 영향이 크지 않지만 할부금융 등 소비자신용의 경우 지난 1년 동안에만 이자 부담이 4%포인트나 증가했다. 20~30대를 중심으로 신용카드나 자동차 할부금융 연체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박순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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