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리 인상 종료, 내년 6월 금리 인하’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전환을 두고 7번째 베팅에 나섰다. 올해 들어 투자자들은 연준의 긴축 행보 종료를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일을 반복해왔다. 이번에도 경제 여건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대가 성급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예측이 빗나가면 시장은 또 한번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9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를 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다음 달 회의에서 연준이 정책금리를 동결(연 5.25~5.50%)할 가능성을 90.4%로 내다보고 있다. 0.25%포인트 인상 예측은 9.6%에 불과하다. 참가자들은 내년 6월 금리 인하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은 42.1%의 확률로 내년 6월 정책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봤다.
투자자들의 기대는 지난 1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확산하고 있다. 이날 연준이 미 국채 금리 오름세와 물가 상승세 둔화를 고려해 정책금리를 동결하자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부상한 것이다. 이후 투자자들은 8일 예정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공개 행사 발언도 예의주시하고 나섰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행사장에서 통화정책과 관련된 발언을 하지 않자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더 강해지는 모양새다.
투자자들이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에 기대를 건 횟수는 이번이 벌써 7번째다. 그간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어 주식시장, 채권시장, 외환시장이 큰 혼란을 겪었다. 도이체방크의 짐 리드 전략가는 지난 7일 “비둘기적(통화완화 선호) 전망에 시장이 반응한 것은 이번이 7번째다. 이전 6번 동안 우리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매번 좌절되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시장은 이번엔 예측이 맞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으나 이를 지켜보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돌리기엔 경제 여건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서다. 연준은 지난 9월 회의에서 경기 개선세가 강하면 고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은 4.9%(연율 기준)로 전 분기(2.1%)보다 크게 올랐다.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도 지난 9월 3.7%로 연준의 목표치(2.0%)보다 여전히 높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이 지난 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의 대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남아 있고, 경제가 강하다. (금리 인상 종료라는) 시장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말한 이유다.
미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달 장중 연 5%까지 돌파했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 8일 4.49%까지 내려왔다. 연준은 국채 금리 상승세가 긴축 효과를 대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임재균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연준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재차 돌아설 수 있다”고 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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