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 급등 현상이 당장 오는 11월1일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결정 향방에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시장 금리가 고공행진하면서 연방준비제도가 의도했던 것보다 더욱 강한 긴축 효과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국채 시장금리를 고려하면 정책금리(현재 연 5.25~5.50%)를 덜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로리 로건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9일(현지시각) 전국기업경제협회 회의에서 “장기 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추가 통화정책 긴축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로건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투표권이 있는 인사다. 이날 연준의 2인자인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 역시 “앞으로 채권 수익률 상승을 통한 금융여건 긴축을 계속 인식하고, 향후 정책 방향을 평가할 때 염두에 둘 것”이라고 했다.
연준 인사들이 국채 금리를 언급한 이유는 상승세가 가팔라서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3일 연 4.81%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투자자들은 미국 경기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금리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자 만기가 긴 채권에 매력을 못 느끼며 앞다퉈 팔고 있다. 여기에 재정 적자로 미국 정부가 대량으로 찍어내는 국채 발행량까지 합세하자 채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채권 가격이 급락(금리 급등)하는 모양새다.
연준이 정책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시장 채권 금리가 오르면 개인·기업의 이자 비용이 커져 소비·투자 위축을 부른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와 연동된 미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최근 연 7.67%로 2000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기업들도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회사채 금리가 높아지자 큰 부담을 겪고 있다. 국채 금리 급등으로 사실상 정책금리를 인상한 것과 같은 통화긴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연준 인사들은 높은 채권 금리를 고려해 정책금리를 덜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새로운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긴축이 경기 둔화와 금융 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다.
미 국채 금리가 변수로 부상하면서 9월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의사록이 11일 공개됐음에도 국내외 시장은 차분한 모습이다. 당시 연준 이사들은 물가가 잡힐 때까지 고금리를 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의사록은 최근 국채 금리 상승 이전의 견해”라는 점을 부각했다. 9월 회의 이후 발생한 국채 금리 급등으로 연준 인사들의 생각이 바뀔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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