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 연합뉴스
채권시장 자경단(Bond Vigilantes)이란 채권 발행자의 정책에 항의하거나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채권을 팔거나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거래자를 일컫는다. 채권 매도는 채권 가격을 하락시켜 금리를 끌어올려 발행자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한다. 지난 1984년 경제학자 에드워드 야데니(Edward Yardeni, 1950~)가 처음 사용한 표현이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처럼 서부개척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자경단 출현에 대한 언급도 빈번하다. 이번 금리 급등 원인이 국채 수급 부담에 따른 것이란 평가들이 많아지면서 자경단에 대한 관심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자경단 정의에 가장 들어맞는 채권 거래자는 누구일까?
특정 집단을 칭하는 게 아닌 개념상 의미인 자경단은 채권 매매 결과로 사후적 분류가 가능하다. ‘자경단은 누구인가?’보다는 ‘채권 매매를 누가 어떻게 했고, 그 가운데 자경단은 누구로 추정된다’라고 말하는 게 보다 적절하다. 이런 기준에서 최근까지 채권시장 자경단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채권 매매 주체가 바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미국 증권시장연합회(SIFMA) 기준으로 분류된 8개 매매 주체들 가운데 연준은 국채 보유 비중을 꾸준히 줄였다. 또한 관심을 모았던 해외부문은 국채 보유 잔액 비중을 꾸준히 유지함으로써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 국채에 대한 매수세가 과거만큼 못할 뿐만 아니라 주춤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했다.
보유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 주체는 개인이다. 높아진 금리 수준에 따른 채권에 대한 관심 증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연준과 함께 비중이 감소한 매매 주체는 뮤추얼펀드 정도였던 반면 은행·연기금 등은 국채 보유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한겨레 그래픽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채권시장 자경단으로 연준을 지목한다는 것은 상당한 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적절하지 않은 추정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과 함께 코로나19 당시 대규모로 매입했던 국채를 줄이는 행보인 양적긴축(QT) 과정을 동시에 진행했던 연준과 달리 미 재무부는 재정적자를 확대하며 국채 발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예견된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어느 한쪽에서는 유동성을 축소하는 정책을 진행 중인 반면에 다른 한쪽에서는 유동성을 확장하는 문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지난해부터 상승한 시중금리는 초기 통화당국의 가파른 정책금리 인상으로 인해 큰 충격에 휩싸였고 그 과정에서 인상 사이클만 종료된다면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금리의 상승 변동성이 커진 것은 수급에 대한 부담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시중금리가 현재 정점 확인 과정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당분간 변동성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논거이기도 하다.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채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