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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금감원 ‘2988억’ 경남은행 ‘595억’…같은 횡령, 다른 발표 [뉴스AS]

등록 2023-09-22 05:00수정 2023-09-22 15:55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의 모습.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경남은행 횡령 사고에 대한 현장 검사 결과를 내놨다. 금감원이 밝힌 횡령 규모는 애초 알려졌던 것의 5배에 가까운 2988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서울중앙지검이 중간 수사 결과로 내놓은 1387억원도 훌쩍 넘기는 규모다.

횡령 규모가 약 3천억원으로 불어나자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금감원 발표 이후 경남은행을 자회사로 둔 비엔케이(BNK)금융지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 하락한 7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자 비엔케이금융지주는 21일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금감원이 발표한 횡령 규모는 수십 차례에 걸쳐 돌려막기 한 금액을 단순 합산한 것으로, 실제 순횡령액은 595억원이라는 것이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경남은행 입장에서 보면 직원 횡령으로 잃은 돈은 595억원이 맞다. 금감원 발표에서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건 이 직원이 횡령 과정에서 하나의 횡령을 덮기 위해 또 다른 횡령을 저지르며 돈을 돌려막았기 때문이다. ㄱ 시행사의 대출 상환 자금을 횡령해 과거에 돈을 빼돌렸던 ㄴ 시행사 대출을 상환하는 식이다. 이렇게 이 직원이 수십 차례 손을 댄 돈을 단순 합산한 게 금감원에 따르면 2988억원이다.

또한 경남은행이 실제 손실을 본 금액은 595억원보다 더 적을 가능성도 있다. 하나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경찰에서 확보한 골드바 등 현금성 자산 150억원과 가압류 신청한 은닉자산 150억원이 회수되면 순손실액은 19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횡령을 한 직원에게 죄를 물을 때는 595억원(경남은행 손실액)이 적용될까, 2988억원(횡령 건수 단순 합계액)이 적용될까. 경남은행 직원이 손을 댄 금액 전부에 대해 횡령죄가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자기 가족이나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로 빼돌린 건에 대해서는 횡령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경남은행 내 서로 다른 계좌 내에서만 이뤄진 돌려막기에 대해서는 횡령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2021년 발생한 모아저축은행 횡령 사건에서 피의자 변호를 맡았던 김범선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돌려막기를 한 금액에 대해서는 사기로 의율(적용)할 수도 있어서 횡령 금액 자체는 금감원 검사 결과(2988억원)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내놨던 1387억원 숫자는 뭘까. 이는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 다른 숫자가 나왔다는 것이 관계기관들의 설명이다. 백규정 금감원 은행검사2국장은 “금감원 검사 결과는 17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해 이뤄진 횡령 금액을 모두 확인한 것”이라며 “검찰에도 관련 내용을 공유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이 내놓은 액수는 중간 수사 결과인 만큼 향후 금감원 검사 결과 등을 반영해 금액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경남은행이 횡령으로 입은 손실이 비엔케이금융지주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비엔케이금융 쪽 설명을 종합하면, 횡령으로 인한 순손실액 595억원 중 105억원은 부실이 발생해 횡령 사건이 드러나기 전 이미 상각처리 된 특수채권이다. 횡령 사건으로 새롭게 재무제표상 반영된 손실이 아니라는 얘기다. 490억원 중 484억원은 지난해 재무제표에 소급적용됐다. 이미 지난해 배당이 이뤄진 뒤 남은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돼 배당에는 영향을 미치 않았다. 지난해 세후 순이익은 360억원 감소해 총자산순이익률(ROA)이 0.08%포인트 하락했고 자본적정성 비율도 하락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경남은행과 비엔케이금융지주의 신뢰도는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횡령 사고에 대해 “경남은행의 재무안정성 훼손 정도가 경미하며 채무상환능력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내부통제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점이 노출되었고, 평판 하락에 따른 실적 저하 가능성이 존재해 경남은행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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