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경남은행 지점의 모습. 연합뉴스
경남은행 직원이 횡령한 것으로 확인된 금액이 약 3천억원으로 불어났다. 해당 직원이 횡령을 은폐하기 위해 이른바 ‘돌려막기’를 한 금액이 추가로 밝혀진 것이다. 경남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 부동산투자금융부장 이아무개(50)씨가 2009∼2022년 총 2988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달 562억원의 횡령·유용 혐의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던 것에 비해 규모가 크게 불어난 것이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이 발표한 횡령금액 1387억원과도 차이가 크다.
이는 금감원이 계좌 추적을 통해 이씨의 ‘횡령 돌려막기’를 추가로 확인한 결과다. 이씨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이나 대출상환금을 빼돌렸는데, 이때 이런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추가 횡령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가령 ㄱ사업장 대출상환금을 본인 가족의 계좌로 빼돌린 뒤, ㄴ사업장 상환금을 ㄱ사업장 대출계좌로 송금하는 식이었다. 금감원은 이렇게 돌려막기를 한 금액도 모두 횡령금액으로 산정했으나 향후 법원이 판단하는 횡령금액은 이보다 작을 가능성도 있다. 횡령으로 은행이 입은 순손실 금액은 595억원이다.
금감원은 경남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향해 경고장을 날렸다. 이씨가 13년여에 걸쳐 피에프 사업장 총 17곳에서 횡령할 수 있었던 데에는 부실한 내부통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경남은행이 대출금을 정상적인 계좌로 지급하도록 통제하는 절차 등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사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15년간 같은 부서에서 피에프 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본인이 취급한 대출의 사후관리 업무까지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은행이나 비엔케이(BNK)금융지주 임원이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비엔케이금융지주는 지난 4월 초 사고를 인지했으나 7월 말에야 자체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관련 임직원의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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