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63빌딩에서 강정원 국민은행장(오른쪽)이 외환은행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국민은행이 선정됐음을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동안, 엘리스 쇼트 론스타펀드 부회장(가운데)이 질문 내용에 대한 통역을 주의깊게 듣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국민 독주속 부담… 2위권 ‘생존 경쟁’
국민은행이 사실상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되면서, 국민은행은 자산규모 260조원의 세계 60위권 초대형 은행이 된다. 아시아 대표은행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국민은행은 내부적으로 인수전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에 휩싸여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분간은 외환은행 인수대금을 예상보다 높게 불러 국부유출을 한 게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논란이 된 독과점 문제와 더불어 외환은행과 합병을 통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인수가격 적정했나= 외환은행 주식 1주당 1만5400원이라는 가격은 23일 거래소의 종가 1만2950원보다 2450원이나 높다. 더구나 지난달 코메르츠방크가 외환은행 지분 8.1%를 매각할 때 가격 1만3400원보다 2천원이나 비싸다. 금융권에서 예상했던 적정가격도 1만3천~1만4천원대였다. 반면,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이날 “과거 매각대상이 됐던 한미은행이나 제일은행의 당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1.95와 1.89였다”면서 “이번 외환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은 1.76으로 상대적으로 저평가 됐고, 론스타의 ‘먹튀’ 논란 덕에 생각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외환은행 주가가 지금은 1만2천원대이지만 전에는 1만5천원대였다는 것도 감안하고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생각하면 비싼 가격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최정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초 생각은 주당 1만4700~1만5천원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다소 높아지긴 했지만, 주주가치를 훼손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은행권 판도는 어떻게?=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로 은행권은 종전의 4강 체제에서 ‘1강 3중’ 체제로 재편된다. 자산규모 2위인 신한은행 163조원과는 격차가 110조원이나 된다. 이 때문에 2위권 3개 은행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머지 은행들이 추가 인수·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3위인 우리은행이 내년 이후 인수합병 시장의 매물로 나올 경우, 국내 은행산업이 국민은행과 또다른 매머드급 은행의 양자체계로 갈 가능성도 높다. 일단 1위가 된 ‘국민+외환’은행은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활발한 해외진출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외쳐왔던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인수 뒤 베트남이나 카자흐스탄과 같은 개발국가에 적극적으로 진출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합병 뒤 1년 동안 ‘외환은행’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공룡은행’은 내년 말께는 돼야 제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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