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 아파트. 연합뉴스
5대 은행이 앞다퉈 내놓은 만기 50년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이 출시 한달여 만에 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최근 6일 새(영업일 기준) 1조원 넘게 불어났다. 특례보금자리론이 부추긴 가계대출 증가세를 ‘50년 만기 주담대’가 더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은행)이 지난 21일까지 취급한 50년 만기 주담대는 2조4945억원이다. 이 상품은 지난달 5일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8월14일)까지 순차적으로 출시됐다. 지난 10일 1조2379억원(우리은행 제외)에서 6일(영업일 기준) 만에 1조2566억원 급증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매달 내야 할 원리금이 적어지고, 이 때문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내에서 대출 한도도 다소 늘릴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가령 총 6억원을 30년 동안 연 3.9%에 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빌린다고 가정하면(금리는 만기까지 고정된다고 가정), 매달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은 약 283만원이지만, 만기를 50년으로 늘리면 약 227만원으로 줄어든다.
윤석열 정부의 청년층 주거대책으로 논의가 됐던 이유다. 실제 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새정부 가계대출 관리방향 및 단계적 규제 정상화 방안’의 후속 조처로 만 34살 이하(또는 결혼 7년 이내 신혼가구)를 대상으로 한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50년 만기 주담대는 올해 은행권까지 출시에 동참하면서 연령 제한이 풀어진 상태다. 5대 은행 중 신한은행만 34살 이하 연령 제한이 있다. 그러면서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가계대출을 더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정책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이 9억원 이하이기만 하면 소득과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지난달 31일까지 31조1285억원의 유효신청액을 기록해 가계대출 재증가를 부추긴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실패하면서 수요자들 심리만 더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10일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에서 50년 만기 주담대를 가계대출 증가세의 한 원인으로 지목했다. 직후 농협은행이 2조원 한도가 소진되어 간다며 이달 말까지만 신규 대출을 받겠다고 밝히고, 연령 제한을 도입하겠다는 은행들도 늘자 늦기 전에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 등에는 “제도가 바뀌기 전에 막차를 타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등 되레 대출 심리를 자극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점검에 나섰다. 김태훈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해당 대출을 누가 받았는지, 이들의 디에스알 수준은 어떤지 등 현황을 우선 파악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제도 개선에 나서기 위해 연령 제한 등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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