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상장일 가격 제한 규정이 바뀐 뒤 과열 양상을 띄었던 스팩(SPAC·기업인수 목적 회사) 주식의 상장일 급등세가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케이비(KB)제26호스팩과 하나28호스팩은 각각 시초가 대비 1.75%, 1.50% 올라 마감했다. 케이비제26호스팩은 이날 오전 123.75%까지 올랐고, 하나28호스팩 역시 개장 직후 66%까지 올랐지만 이후 상승 폭을 줄였다.
스팩은 향후 기업 인수를 염두에 두고 상장하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인수하는 기업이 어떤 곳이 될 지에 따라 스팩의 가치도 달라지는데, 별도의 사업 내용이 없는터라 인수 대상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실질적인 기업 가치도 없다. 하지만 최근 상장한 스팩 가운데선 상장 첫날 최대 수익률인 300% 수준까지 오르는 곳도 있었다.
6월26일 상장 첫날 가격 제한 폭이 60∼400%까지 확대된 후 처음 상장했던 하나29호스팩은 첫날 5.50% 오르는 데 그쳤으나, 이후 7월6일 상장한 교보14호스팩은 상한가를 찍은 뒤 240.50% 상승으로 마감했고 지난달 12일 상장한 디비(DB)금융스팩11호도 첫날 243% 오른 뒤 121.75%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에스케이(SK)증권제9호스팩과 유안타제14호스팩도 각각 상장 첫날 257.50%, 193.50%까지 올랐다.
이처럼 스팩주 급등세가 나타나자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은 “스팩은 합병 전에는 공모가 수준의 가치만을 가진다”며 “높은 가격의 스팩에 투자할 경우 큰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이달 들어 첫 상장한 스팩인 하나28호스팩과 케이비제26호스팩이 이전 상장 스팩주와 비교하면 상승률 고점 폭이 줄어드는 등 제도 개선 직후의 급등세가 다소 사그라든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자는 “스팩과 일반종목 모두 제도 개선 이후 초기에는 쏠림 현상이 나타났던 것 같긴 하지만, 한 달 정도가 지나면서 해소되고 제도 개선으로 기대했던 효과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얼어붙었던 기업공개 시장이 활기를 찾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과열이 가라앉으면서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마감하는 종목도 등장하고 있다. 조 단위 기업가치로 주목받은 팹리스 스타트업 파두는 상장일인 지난 7일 공모가보다 10.97% 하락한 채 마감했다.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 상장한 나이스(NICE)평가정보도 상장 첫날인 8일 12.00% 하락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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