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주가의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이 가능해진 이후로 스팩(SPAC)주 급등 현상이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투자자 주의를 당부했다. 스팩은 합병만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여서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스팩주를 사면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금융감독원은 27일 ‘신규상장 스팩의 상장일 주가 급등 관련 투자자 유의사항’을 발표했다. 스팩은 비상장사와 합병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 컴퍼니’다. 금감원은 “스팩은 합병을 위한 도구 역할만을 하며 합병 전에는 공모가 수준의 가치만을 가진다”며 “높은 가격의 스팩에 투자할 경우 큰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는 지난달 한국거래소가 상장일 가격제한폭을 확대한 이후 ‘스팩주 이상 과열’ 현상이 나타난 데 따른 조처다. 한 예로 지난 21일 상장한 에스케이증권제9호스팩은 상장 첫날 공모가(2000원)보다 93% 오른 386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공모가보다 258% 높은 715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문제는 스팩은 통상적으로 합병 때 공모가 수준의 가치만 인정받는다는 점이다. 스팩은 따로 사업을 하지 않고 공모총액 수준의 현금성자산만을 보유하기 때문이다. 이에 스팩의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면, 합병 때 스팩 주주의 지분은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지분 희석을 우려한 스팩 주주들이 합병을 무산시키는 경우에도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금감원은 경고했다. 스팩이 합병에 실패해 청산하는 경우 투자자는 공모가와 연 3% 수준의 이자만 돌려받는다. 스팩은 통상 합병 전까지 공모자금의 대부분을 한국증권금융에 넣어두는데, 이 예치금에 적용되는 금리는 보통 연 3%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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