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연체율’ 새마을금고…행안부 특별점검”
지난 4일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이 같은 제목의 보도를 쏟아냈다. 이날 행정안전부가 연 ‘새마을금고 연체율 감축 특별대책’ 정책설명회 자리에서 황국현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가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지금보다 높았던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지금이 최고”라고 답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현장에 배석해 있던 행안부 측 인사 2명(김광휘 지역경제지원관, 이광용 지역금융지원과장)도 이를 정정하지 않았다.
현재 새마을금고 1293곳의 전체 연체율은 공시 대상이 아니다. 예금자를 포함한 기자들도 연체율 추이를 알 수 없다. 확인할 수 있는 건 반기마다 공시되는 개별 금고 연체율뿐이다. 이 때문에 언론들은 설명회 직후 황 이사의 발언을 인용해 새마을금고 전체 연체율은 지난달 14일 기준 6.49%며, 이는 역대 최고치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적어도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행안부 말에 따르면 그렇다. 이광용 행안부 과장이 기자에게 전화해 기사 수정을 요청한 시각은 설명회가 끝난 뒤 6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그는 6.49%라는 연체율이 역대 최고치가 아니라고 했다.
설명회 내용이 틀렸다는 사실도 당황스러운데, 그다음 말은 더 머리를 아프게 했다. 이 과장은 ‘역대 최고치가 아니라면 언제 이후 최고 연체율인가’란 질문에 “과거 데이터를 확인해보지 않아 모르겠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과거 데이터를 모르는데, ‘6.49%’가 역대 최고치가 아니란 사실은 어떻게 도출된 걸까.
새마을금고는 위기설에 휩싸여있다.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새마을금고 예금을 인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 섞인 질문이 올라온다. 위기설이 부풀려져 있다면 이를 명확히 설명하고 진화하는 게 행안부가 지금 할 일이다.
그러나 행안부는 지금의 위기가 과거 대비 어느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기본 지표인 장기 연체율 추이조차 확인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위기가 어느 수준인지 제대로 파악도 못 한 상태에서 예금자들과 시장을 상대로 “안심하라”고 한 건 아닐 거라 믿고 싶다.
만약 장기 연체율 추이를 확인했음에도 모른체 했다면, 이 또한 잘못 판단한 것이다.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으면서 4일 저녁 방송과 5일 아침 신문을 통해 ‘역대 최고 연체율’이라는 내용은 퍼질 대로 퍼진 상태다. 위기설을 진화해도 모자랄 행안부가 위기의 실체를 더 부풀린 꼴이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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