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복도에서 간부들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국내 은행권에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의무를 부과한다. 은행들이 강화된 건전성 규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출 공급을 줄일지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정례회의에서 은행과 은행지주회사의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비율을 위험가중자산 대비 1%로 상향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위험가중자산이란 은행이 빌려준 돈을 위험한 정도에 따라 다시 계산한 것이다. 이들 회사는 약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친 뒤 내년 5월1일부터 1% 수준의 경기대응완충자본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이는 코로나19 동안 급증한 가계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는 둔화했으나 기업신용이 크게 늘어난 점도 감안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란 빚이 과도하게 팽창하는 시기에는 은행권에 자본 적립 의무를 추가로 부과함으로써 손실에 대비하고 대출 공급을 줄이도록 하는 제도다. 반대의 경우에는 적립 비율을 하향조정함으로써 대출의 과도한 감소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국내 금융당국은 2016년 해당 제도를 도입한 뒤 이제까지 0%의 규제비율을 유지해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상향했다. 당국은 최대 2.5%까지 적립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내년 5월을 앞두고 은행들이 대출 공급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국내 은행들은 이미 규제상 최저 자본비율을 넉넉하게 웃돌고 있으나, 통상 규제비율보다 어느 정도 높은 수준으로 자기자본을 관리하려고 하기 때문에 규제비율 상향의 영향이 없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3.50%(위험가중자산 가중평균)로 현행 규제비율인 7∼8%보다 높다. 내년 5월부터는 해당 비율이 8∼9%로 상향된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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