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 점포. UPI 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대차대조표상 총자산이 지난 15일 기준으로 한주동안 2970억달러 급증했다. 연준이 지난해 6월 첫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함께 진행해온 양적 긴축(QT·보유자산 매각)이 이번 미국 지역은행 유동성 부족 사태와 신용경색 국면을 거치면서 양적완화(QE·시중자산 매입)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조차 나온다.
20일 케이비(KB)증권 등에 따르면 연준 총자산(대출·증권 등) 3월15일 기준 8조6천억달러로 일주일새 2970억달러가 증가했다. 특히 연준 자산 가운데 대출이 급증했다. 여러 상업은행이 보유한 회사채 및 자산유동화 증권을 담보로 해당 예금기관에 대여해준 자금이 총 1529억달러로, 일주일새 무려 1480억달러나 급증했다. 또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실리콘밸리은행 및 시그너처은행을 공적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브릿지 은행에 대한 대출액(1428억달러)이 새로 증가했다. 여기에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이후 신설한 은행간 펀딩프로그램 대출(BTFP)액도 119억달러에 이른다. 이처럼 잇딴 미 지역은행 파산 사태로 연준 총자산이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연준이 다시 양적 완화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시장에서 제기된다.
이에 대해 케이비증권은 “연준 자산 중에서 증권(채권·주식) 자산은 15일 기준 7조9천억달러로 일주일동안 83억달러 감소해, 여전히 양적긴축은 진행중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적인 양적완화는 연준이 시중 채권을 매입해 금리 리스크를 부담하고, 은행 등 민간은 이 채권을 대가로 받은 현금으로 다른 금융자산을 매입하도록 만드는데, 이번 연준 대출 증가는 금융안정을 위한 도구인데다 대출액이 은행에서 금융자산 매입보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터라 금융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는 작을 것”이라며, “연준 대출이 증가하면서 연준 총자산이 커졌지만 양적완화로 바뀐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한편 연준 대차대조표에서 부채(역환매조건부채권·시중은행 지급준비금 등) 항목을 보면, 시중은행이 연준에 예치하는 지급준비금(3조4천억달러)이 일주일새 4410억달러 급증했다. 보유중인 역환매조건부채권(2조4천억달러)은 통화긴축 우려 완화로 일주일새 1370억달러 감소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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