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 점포. UPI 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직후 13일 개장한 국내 금융시장은 큰 충격 없이 덤덤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67% 오른 2410.60으로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788.89로 0.04% 올랐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실리콘밸리은행에 이어 이날 뉴욕주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국내 시장은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은행에 고객이 맡긴 돈을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당국의 신속한 개입으로 사태 확산은 일단락됐다”는 분위기가 시장에 퍼져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줬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22.4원 내린 1301.8원에 장을 마쳤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통화긴축 속도 조절에 들어갈 거라는 전망이 갑자기 재부상하면서 원화 가치가 급등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연준이 오는 22일(현지시각)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여파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지난 9~10일 누적으로 47.3bp(1bp=0.01%포인트) 급락한 가운데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전 거래일보다 26.8bp 내린 연 3.435%에 장을 마쳤다. 2년물 금리도 27.2bp 하락한 연 3.486%에 마감했다.
한국 정부도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것을 지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수출투자책임관회의에서 “아직은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경제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시장 상황 점검 회의'에서 “다만 이번 사태가 투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 오는 14일 미국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 등에 따라서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사태에 대한 국내 익스포저(원금회수 위험노출액)는 국민연금과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실리콘밸리은행 모기업인 실리콘밸리은행 파이낸셜그룹에 60억~300억원가량을 투자하고 있으며, 그 외에 국내 기관이나 개인 투자자의 투자 규모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실리콘밸리은행 파이낸셜그룹의 지분을 10만795주(2319만6961달러·약 300억원)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투자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사 주식 2만87주(462만달러·약 60억2천만원)를, 또 뉴욕주 시그니처은행 주식 9만1843주(1058만달러·약 138억원)를 보유 중이다. 이 외에 국내 은행·보험 등 기관투자자가 실리콘밸리은행에 직접 투자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해외에 투자하는 기관을 중심으로 일차적으로 파악해봤을 때 직접적인 익스포저는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간접 펀드로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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