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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은행 경쟁 숙제에…‘부실우려 어쩌나’ 머리 싸맨 금융당국

등록 2023-02-28 07:00수정 2023-02-28 08:42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연합뉴스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는 정부의 정책으로 오히려 은행산업이 금융위기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끼리 경쟁을 벌이다 건전성이 나빠지면 손실 흡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 탓이다. 특히 올해 부동산발 금융위기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 데다 이미 은행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 우려가 크다. 당국도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경쟁 촉진 정책은 추진하지 않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경쟁 촉진이 금융안정의 측면에서 가질 수 있는 단점도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며 “6개 검토 과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금융안정을 저해한다고 판단되는 과제는 (추진 대상에서)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앞서 발표한 은행권 검토 과제 6가지 중에 은행업 추가 인가 등 경쟁 촉진 방안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경쟁 촉진이 소비자 후생에는 도움이 되지만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부정적 효과가 클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결과는 은행산업 내 경쟁 심화가 전반적인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자마진이 줄어들어 수익성이 나빠지는 탓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저신용 차주 대출을 늘리는 등 과도한 위험 추구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2016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00년 1분기~2015년 2분기 국내 일반은행 13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경쟁도가 높아질수록 부도 확률과 무수익여신(NPL) 비율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수익여신은 이자가 연체되고 원금 상환도 어려워 보이는 부실채권을 가리키는 용어다.

특히 당분간 고금리·저성장 국면 속에서 신용 리스크가 확대될 전망인 만큼 우려가 크다. 가계와 중소기업의 채무불이행이 늘면서 은행이 감당해야 할 손실이 불어나면, 경쟁 촉진의 부작용이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이미 지난달 4대 시중은행의 신규연체율은 평균 0.09%로 1년 전(0.04%)보다 크게 뛴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도 이런 이유로 올해 은행 실적이 지난해보다 저하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은행 독과점 완화가 경영혁신으로 이어져 금융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18년 세계은행이 펴낸 보고서를 보면, 은행 시장집중도가 2000∼2015년 전세계 68개국 분포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상황에서만 경쟁 촉진이 금융안정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국내 은행산업이 여기에 해당하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시장집중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중하위권으로 그렇게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결국 경쟁 촉진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는 은행들이 ‘이자 이익’에만 기대지 않도록 수익구조 다변화가 선행돼야 하지만 이 또한 난제다. 앞서 금융위는 경쟁 촉진과 더불어 은행들의 해외진출을 확대하는 등 비이자이익 비중을 높이겠다고도 밝혔다. 자칫 금리 경쟁이 지나치게 심화해 금융안정이 저해될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는 장기적 과제로 단기간에 성과를 볼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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