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1년 넘게 이어진 금리 인상기에 아예 마침표가 찍힐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다만 공공요금과 국제유가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서 당분간 추가 인상의 선택지를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낸 업무보고 자료에서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간 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 등을) 점검하면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채권 보유·운용 종사자 100명에게 물어본 결과, 66명이 이달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에 동결이 이뤄지면 금리 인상기의 종료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긴 하나 서서히 떨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올 연말 3%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기준금리를 더 올려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의 경착륙 위험을 키우는 것보다,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될 때까지 현재 기준금리(3.50%)를 유지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다만 물가의 추세적인 안정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아직도 큰 상황이다. 일단 최근 배럴당 70∼80달러대에서 안정된 국제유가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반등세를 탈지가 관건이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전기요금 등의 인상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전기·가스와 대중교통 등 각종 공공요금 전망은 모두 미궁 속에 빠져 있다. 누적된 원가 상승 부담으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압박이 심해지면서 인상 폭과 시기를 예측하기 더 어려워졌다. 공공요금 인상의 파급 효과도 예단하기 어렵다. 한은은 “(공공요금) 인상 시 직접적인 물가 상승 효과 외에 여타 상품·서비스 가격에 대한 2차 파급 영향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공공요금은 물가를 둘러싼 기대 심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들은 향후 1년간 물가가 4.0% 뛸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4.2%) 이후 처음으로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4%대를 회복한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 중 87.7%가 앞으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 품목으로 공공요금을 꼽았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자칫 ‘자기 실현’의 성격을 띨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앙은행이 주의 깊게 보는 지표 중 하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향후 물가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둔화될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