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을 자회사로 둔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내내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급등해 서민들이 이자 상환 부담에 시달리는 동안 금융지주사들은 이자로만 40조원에 육박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9일 하나금융지주는 2022년 경영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3조6257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해 2021년 역대 최대 기록(3조5261억원)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 중 이자이익은 8조9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9% 증가한 반면 수수료이익은 1조7445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7일과 8일 지난해 경영 실적을 발표한 케이비(KB)·신한·우리금융지주도 각각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총 당기순이익은 15조8506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자로 벌어들인 돈만 37조9628억원에 이른다. 이자 수익이 이들 회사의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했다.
케이비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4조4133억원으로 기존 역대 최대였던 2021년(4조4095억원) 실적을 넘어섰다. 이자이익은 11조38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8.9% 증가해 수수료이익(3조3216억원)이 전년 대비 8.4% 줄어든 것을 상쇄하며 그룹 실적을 이끌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4조6423억원에 이르는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케이비금융을 제치고 ‘리딩 뱅크’로 올라섰다. 케이비금융이 연간 실적 기준으로 1위 자리를 내준 건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다만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 이익(세전 4438억원)을 제외하면 케이비금융이 1위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지주도 이자로만 10조6757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전년보다 17.9% 늘어난 금액이다.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은 30.4%나 줄어 2조5315억원에 그쳤다.
우리금융지주도 지난해 3조16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비이자이익은 15.4% 줄어 1조1491억원에 그쳤지만, 이자이익이 25.4%나 늘어난 6조9857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들의 역대 최대 실적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고공행진한 가운데 지난해 말 채권시장 불안으로 기업대출까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4대 은행은 고금리에 힘입어 달성한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200~300%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하나은행은 이익연동 특별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50%를 책정했고,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361%, 케이비국민은행은 기본급의 28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우리은행은 추후 임단협에서 성과급 수준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지주사들은 주주 환원을 확대하라는 시장의 요구에 응해 실적과 함께 주주환원정책도 발표했다. 앞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7개 금융지주사들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중장기적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케이비금융지주는 3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2022년 총주주환원율(순이익 대비 배당액, 자사주 매입·소각액 비율)을 33%로 높였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도 150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총주주환원율을 30%로 높였다. 우리금융지주는 총주주환원율을 30%로 높였고, 하나금융지주는 자사주 1500억원어치 매입·소각을 포함해 중장기적으로 총주주환원율을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케이비·신한·우리금융지주의 주주환원정책에 대해 수용 입장을 밝혔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이날 하나금융지주에 대해서도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하면 31% 수준의 주주환원율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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