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새해 세계증시가 의외로 뜨겁다.
최근 주가가 오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올해 경제전망이 너무 어두운 나머지 투자자들이 주식 포지션을 미리 줄였는데, 여기에 채권 금리마저 크게 내리니 주식 매력도가 다시 커졌다. 지난해 10월 4.3%까지 올랐던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초에 3.4%까지 떨어졌다. 그 다음으로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이 끝나가고 있다는 안도감이 투자 심리에 도움을 줬다. 미국은 연초부터 고용을 뺀 소비, 생산, 주택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확연히 식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6.5%로 낮아지자 긴축 종료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올해 경제전망에 긍정적 기운이 살짝 돌자 특히 신흥국 증시에 기대감이 일고 있다. 미국과 유럽 증시에서도 올해 경기의 큰 침체보다는 가벼운 경기후퇴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코로나19 집단 면역 과정을 맨 마지막으로 통과하고 있는 중국이 올 봄부터 본격적으로 경제 활력을 되찾을 거란 전망도 세계 증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올해 증시에는 아직 해결해야 하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는 연초에 주가가 쉬지 않고 오른 바람에 각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도로 약해졌다. 올해 기업이익 둔화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둘째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분기 중 정책금리를 좀 더 올린 뒤 연말까지 이를 유지할 듯한데 5.0%의 정책금리는 올해 불경기 상황의 금리 치고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더욱이 고용이 지금처럼 견고하고 주가도 강세 기조라면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도 있고, 최소 연내 금리 인하는 어려울 것이다. 셋째는 올해 경제가 지난해처럼 어둡진 않더라도 경기 부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도 지난해 2.1% 성장에서 올해엔 0.5%의 낮은 성장률이 예상되고, 우리나라도 1% 중반의 낮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경기 후퇴기에 따라오는 기업이익 둔화가 올해 증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달 주가 오름세 뒤에는 수급요인과 경제의 기초 체력(펀더멘털) 요인이 공존한다. 이 중에는 합리적 요인도 있지만 기대를 너무 앞서 반영한 부분도 있다. 물론 증시의 큰 뼈대인 경제의 불확실성이 줄고 있다는 점은 올해 증시에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따뜻한 날씨 덕택에 유럽이 에너지 위기를 잘 이기고, 세계 최대의 성장 모멘텀을 지닌 중국이 코로나19를 툭툭 털고 기지개를 켜준다면 올해 증시는 지난해와 같이 허약하진 않을 것이다. 올해는 주식을 매도 관점보다는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고, 위험이 있다면 그것을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거듭 강조하려는 것은 올해 각국 정책금리는 여전히 높고 기업 실적은 약하다는 사실이다. 주가가 보다 강한 대세 상승장으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지나야 할 관문이 남아 있다. 기업 실적 둔화,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정책금리 인하 시점 지연 등이 그 대표적 관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들 과제들이 모두 잘 풀리겠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주가 변동성과 우여곡절이 예상된다. 올해는 지난해처럼 약세장은 아니더라도 그렇다고 주가가 쉬지 않고 계속 오를 정도로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건 아니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는 올해 좋은 주식을 좋은 가격에 살 수 있는 몇 차례의 기회가 남아 있다고 본다.
<3프로TV> 이코노미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