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약세장은 보통 두 단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첫 단계는 중앙은행이 돈줄을 조일 때 일어나는 초기 약세장이고, 두 번째는 본격적으로 경기침체가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후기 약세장이다. 물론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올려도 경기가 워낙 좋다면 주가는 계속 오르다가 그 통화 긴축의 말미에 경기둔화와 함께 약세장이 찾아오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이번엔 높은 물가로 인해 정책금리가 빠르게 올랐고 동시에 경기둔화가 함께 오고 있다. 아마도 지금은 약세장의 1단계에서 2단계로 바뀌는 중간 과정에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는 국면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머지않아 모두 금리 인상은 멈출 것이기에 앞으로 증시의 주적(主敵)은 금리와 통화정책보다는 경기와 기업실적 둔화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앞으로 한국은행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을 멈춘다 해도 경기가 더 나빠지면 주가가 흔들릴 수 있음을 뜻한다. 어쩌면 물가를 잡기 위해 실행한 강한 긴축의 결과로 약해진 실물경제가 향후 증시에 가장 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경제지표가 약하게 나오고 그로 인해 금리가 떨어져도 주가는 이를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지금까지 통하던 ‘경기 지표가 나쁘면 주가가 오른다’는 명제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위 ‘나쁜 게 좋은 것’이라는 역설이 지나가고 앞으로 ‘나쁜 건 나쁘다’는 쪽으로 시장이 반응할 공산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증시의 성격이 다소 바뀌는 상황에서 참고하기 좋은 유용한 지표로 ‘코스피 위험 프리미엄’을 꼽을 수 있다. 이 지표는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에서 국고채 3년 금리를 뺀 수치로, 해당 수치가 높을수록 안전한 국채를 포기하고 위험한 주식을 택할 때 보상이 높아 사람들은 주식에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참고로 2010년 이후 지난 13년간 코스피 위험 프리미엄은 평균 6.9%포인트였는데, 지금은 약 5%포인트 정도로 낮아져 있다. 증시 매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완전 매력 덩어리는 아니란 뜻이다. 게다가 내년에 기업이익이 더 줄어들 경우 주식 매력이 더 낮아질 수 있다. 그간 이 프리미엄은 주가가 약할 때는 약했고 주가가 오를 때는 상승 추세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향후 경기둔화로 금리가 더 내려가도 기업실적이 버텨주지 못하면 주가가 강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치솟던 금리가 내려가는 추세이고 앞으로 더 내려갈 여지가 있어 금리가 증시를 지원해줄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결국 내년 시장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여부보다도 기업실적이 될 것이다.
<3프로TV> 이코노미스트